<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인공위성서 유리에 레이저 쏴 내부음성 진동 감지해 엿들어… 美-韓, 도청·보안기술 10년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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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보기관 중 하나인 국가안보국(NSA)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35개국 정상을 비밀리에 도청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도·감청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NSA의 기상천외한 도·감청 방법에 대한 정보들이 함께 공개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정보전쟁’ 시대에 ‘뚫으려는 자(도청)’와 ‘막으려는 자(도청방지)’ 간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이를 둘러싼 기술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보안 기술 격차는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우리 정부의 보안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NSA의 해외 도청 사건을 계기로 도·감청 관련 주요 문제에 대해 10문10답 형태로 살펴본다.

1. 도청과 감청의 차이는

감청은 감시를 위해 엿듣는다는 의미로 사법당국이 수사 등의 목적을 위해 전자기기 등을 이용해 특정인의 발언, 기록물, 영상 등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도청은 몰래 엿듣는다는 의미로 특정인이나 집단이 타인의 대화를 동의 없이 은밀히 청취해 그 비밀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개념상 감청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도청과 감청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신체의 자유와 연계돼 있다. 기본적인 권리인 신체의 자유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 보호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청은 물론 합법적인 감청도 최소한으로 제한되고 있다.


2. 어떤 방식으로 엿듣나

도청기는 사람의 말을 무선 신호로 바꾼 뒤 안테나를 사용해 멀리 있는 도청자에게 보내는 원리로 작동한다. 일상적인 도청은 주로 음성적인 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들은 주로 얇은 금속스티커 모양부터 볼펜, 우산, 전기콘센트 등 생활용품 형태로 돼 있는 무선 송·수신기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도청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악성코드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일단 스마트폰에 악성코드가 깔리면 원하는 PC나 휴대전화로 통화 내용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보다 규모가 큰 도청에는 인공위성이 동원되기도 한다. 도청 대상이 머물고 있는 건물 유리창에 레이저를 쏜 다음 유리창의 미세한 흔들림을 감지해 대화 내용을 도청할 수 있다.

합법적인 감청의 경우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서를 통신회사나 인터넷서비스회사에 제시하고 감청집행에 관한 협조를 요청한 뒤 주로 통화 내용, 이메일, 비공개모임 게시 내용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3. 도·감청 방지 기술

도청기에서 도청자에게 전달되는 무선 신호를 읽어내는 탐지기를 이용하면 도청기를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도청기가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러 주파수를 번갈아 사용하는 도청기도 나와 있기 때문에 일반 탐지기로는 탐지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휴대전화 도청의 경우 비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화 휴대전화는 휴대전화 암호화를 통해 도청을 방지하는 것. 송신자가 휴대전화 안에 내장된 암호 알고리즘을 통해 통신 내용을 암호화해서 보내고 수신자는 이를 동일한 암호 알고리즘을 통해 풀어서 받는 방식이다. 도청 시도자가 중간에 통신 내용을 가로채는 데 성공했더라도 통신 내용이 암호화됐기 때문에 둘이 무슨 내용의 통화를 했는지 알 수 없다.

레이저를 통한 도청을 방지하는 기술은 이미 대사관 등에 적용돼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서 울리는 목소리 음파가 유리창에 부딪혀 발생하는 진동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4. 합법감청 기관과 법적 근거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야 한다. 수사기관이 법원에 통신제한조치(감청)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 감청은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 체포 또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허가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은 2개월을 넘지 못한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등이 수사기관에 포함된다.

올해 상반기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협조한 감청 건수는 255건으로 전년 동기(267건) 대비 4.5% 줄었다.


5. 불법도청 처벌은 어떻게

불법도청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통비법 제3조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같은 법 16조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도청 등의 행위로 통비법에 의해 처벌받는 경우가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통비법 위반 사건은 59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57건의 범인 100명이 검거됐다. 2011년에는 78건 발생에 70건(127명) 검거, 2012년에는 81건 발생에 75건(146명)이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통비법은 처벌 조항에 벌금형 없이 자유형만 규정돼 있을 정도로 엄한 처벌 의지를 담고 있다”며 “최근 도·감청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아지며 법원도 엄한 처벌을 내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6. 각국 정보기관의 도청 전쟁

미국 NSA가 주요 35개국 정상을 도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가 들끓고 있지만 국가 간 도청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 국가정보국(ODNI)이 사건 발생 직후 “외국 지도자들에 대한 감시는 정보활동의 일부분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미국 동맹국들도 미국을 상대로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며 다소 뻔뻔스럽게 나온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례로 남북회담이 북한에서 진행될 때면 우리 측 대표단은 언제 어디서든 도청 가능성에 대비한다. 서울 본부와 교신할 때 특수 제작한 비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도청을 피하기 위해 우리 대표단끼리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땐 말이 아닌 ‘필담’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 美의 도·감청 기술 수준은

대부분 국가들이 도·감청을 하고 있지만 미국과 다른 국가 간 도청 기술 격차는 워낙 큰 편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을 받게 된 것도 미국의 도청 수준이 워낙 높아서다. 미국의 보안 기술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10년 정도의 격차를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각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기술의 지향점을 이번 사건에 연루된 NSA가 제시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NSA는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파악할 수 있으며 실제 통화내용을 녹음하지 않더라도 이른바 메타데이터(일련의 데이터를 정의하고 설명해주는 데이터로 각 도서관의 도서목록에 관한 목록이 대표적인 예다)를 활용해 사생활의 내밀한 부분까지 캐낼 수 있다. 물론 필요한 경우 특정인의 통신내용을 일일이 감청하기도 한다. 타깃이 머물고 있는 건물 유리창에 레이저를 쏜 다음 유리창의 미세한 흔들림을 감지해 대화내용을 청취하는 기법까지 사용하고 있다.


8. 통신사·포털은 안전한가

통신 네트워크에서 중계 역할을 하는 라우터는 보안 취약점으로 꼽힌다. 라우터는 모든 네트워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를 외국산으로 쓰면 이번 사건처럼 보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내외 통신장비 시장은 스웨덴 에릭슨, 중국 화웨이, 핀란드 노키아솔루션네트워크(NSN), 삼성전자 등 몇몇 회사에 의해 과점돼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해외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지난 10월 미국은 중국의 화웨이가 해외에 수출한 통신장비를 통해 도·감청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막았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통신회사 AT&T의 영국 이동통신회사 보다폰 인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커졌다. 또 NSA가 구글, 야후 등의 데이터센터를 수시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 인터넷서비스회사들의 서비스 신뢰성에도 크게 손상이 갔다.


9. 국내 이통사 해외장비 이용 논란

최근 LG유플러스가 중국 화웨이 이동통신장비를 도입하면서 홍역을 치렀다. 국내 통신장비 산업의 피해도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신 도·감청이다.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선 화웨이가 중국군과 연관돼 있으며 중국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해 도·감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중국의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저가 공세를 통해 세계 통신장비 분야 1위를 넘보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이 도·감청 문제로 자사의 통신장비 도입을 막고 있지만 정치적인 목적이 많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도 이와 관련, “미국과 호주는 통신장비 회사가 네트워크를 직접 통제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통신회사가 네트워크를 관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10. G메일은 믿을 수 있을까

일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국내 사법당국의 감청을 막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등 해외 인터넷회사의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NSA는 구글, 야후 등의 데이터센터 내부를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무분별하게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구글은 G메일 사용자 메일 내용을 바탕으로 검색 광고 사업을 하고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임정환·유회경·박준희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