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장애인이 만든 ‘정직한 먹거리’ 10년… 매출 12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씨튼베이커리’ 직원들이 지난 5일 광주 북구 오룡동 작업장에서 갓 구워낸 두부과자를 포장하기에 앞서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광주지역에서 인증받은 사회적기업 43곳 가운데 씨튼베이커리(씨튼장애인직업재활센터)가 가장 사회적기업답습니다. 관(官)이나 다른 민간기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고, 수익이 나면 전액을 장애인 직업재활에 씁니다.” 이달 초 광주광역시 담당 공무원에게 가장 모범적인 사회적기업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씨튼베이커리를 ‘강추’하면서 그 이유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지난 5일 오후 광주 북구 오룡동에 위치한 씨튼베이커리를 찾았다. 3층짜리 건물 중 작업장은 1층과 2층에 있었다. 1층에서는 주로 두부과자와 유기농 시리얼·스낵을 만들고, 주작업장인 2층에서는 마늘빵, 수제쿠키 등 당일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다. 때마침 1, 2층 작업장에서는 흰색 위생모와 위생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직원들이 두부과자 포장을 하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구진영(38) 사무국장은 “오늘 계획된 제빵 작업은 모두 끝나 주문이 밀린 두부과자 포장에 직원들이 매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만드는 50여 가지 제품 가운데 두부과자는 마늘빵과 함께 베스트셀러군(群)에 속한다. 씨튼베이커리는 ‘아이쿱(icoop)생협’에 두부과자와 마늘빵, 검은깨튀일 쿠키 1종, 유기농 스낵 2종 등 5종을 납품하는데, 이곳에서만 연간 매출의 4분의 1인 3억여 원어치가 팔린다고 한다.

씨튼베이커리 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숙 수녀는 두부과자를 취재진에게 건네며 “우리밀과 국산콩, 유기농 설탕, 올리브유 등 좋은 재료를 써서 튀기지 않고 구운 것이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2층 작업장 한편에서는 모 단체로부터 주문받은 찹쌀떡(4000개)을 만들고 포장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에게 전달될 ‘합격 기원 떡’이다. “찹쌀과 팥 모두 국산을 썼고 달지 않게 만들어 수험생들의 속을 편안하게 해줄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1층 작업장에서는 7가지 유기농 혼합곡물에 채소·코코아가루 등을 입힌 시리얼 3종, 단호박·검은깨·양파 등으로 만든 쿠키 9종과 스낵 5종을 주문처에 보내기 위해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002년 2월 영업허가를 얻은 씨튼베이커리는 2008년 7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계기로 매출 신장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탔다. 2008년 3억6900만 원이던 연간 매출이 2009년 6억4500만 원, 2010년 8억5700만 원, 2011년 9억7000만 원, 지난해 12억6000만 원으로 4년 새에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많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처럼 매출이 급증한 것은 씨튼베이커리에서 만드는 빵·쿠키·시리얼·스낵 등이 정직하고 안전한 먹거리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밀가루를 국내의 깨끗한 자연 환경에서 생산되는 우리밀 중에서도 최고의 품질만을 엄선해 사용한다. 버터도 소금간을 하지 않은 무염버터를 쓰고 계란도 유정란 및 무항생제 이력이 확인된 것만 쓴다. 설탕도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만 고집한다. 물론 건강에 해로운 방부제, 유화제, 색소는 전혀 쓰지 않는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위생 관리도 철저하다. 작업자가 작업장에 들어가기 전 손소독은 기본이고, 위생복 착용 후 에어샤워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씨튼베이커리의 가치는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직업재활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수익이 나면 장애인을 한 사람이라도 더 고용해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회사는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적자 재무구조다. 워낙 최고급 재료를 쓰기 때문에 재료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재료비와 인건비를 합치면 15억 원 가량인데, 매출은 12억6000만 원이어서 사실상 2억 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그러나 법인 지원금 덕분에 최종 정산에서는 적자를 메우고도 약간의 수익이 나는 구조가 된다.

씨튼베이커리는 당초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약 30명을 훈련생으로 받아 사업을 진행하면서 2005년 16명, 2008년 33명, 2010년 44명, 올해 54명을 4대보험 가입 근로자로 전환, 고용하면서 일자리를 늘렸다. 또한 현장에는 사회적 일자리창출사업을 통해 지원됐던 비장애인 13명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한 비장애인 직원은 “친구(장애인)들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는 하나 요령을 피우지 않고 성실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좋은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은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에 근무하면서 직업훈련을 한 뒤 일반 직장으로 옮겨간 ‘고용전이’ 장애인도 최근 3년 새 10여 명에 달한다. 직업재활훈련을 통해 일반 기업으로 내보내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제과·제빵 회사의 경우 노동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에 씨튼베이커리 출신 장애인들은 대부분 다른 업종에 취업했다고 한다. 구 사무국장은 “매출이 늘어나면 더 많은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희 제품이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연구 개발과 함께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