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강요 논란>‘4∼6시간 일자리’ 탓 청년 취업기회 축소 우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경영계와 노동계는 물론, 고용시장 전반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직무 성격이 애매모호하거나 기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상충되고, 비정규직 및 정규직과의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18일 경영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직무 개발, 효율성,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하루에 4시간에서 6시간을 선택해 일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특성상 직무개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각 기업에는 시간선택형 일자리에 적합한 직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종에 숙련근로자가 필요하거나, 일상적 업무의 연속성 등이 중요한 기업의 특성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경영계 주장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에 대한 활용 여지가 있는 서비스업 관련 대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에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조선·자동차·중공업 등 중후장대형 산업부문은 사실상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상당수가 기존 계약직 업무에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공기업들이 제시한 시간제 업무는 간단한 상담·접수 및 서비스 응대, 사무지원, 순찰·경비 같은 단순 직종에 불과한 상태다. 이는 각 기업의 부담도 자연스럽게 늘리게 된다. 기업들은 기존 계약직으로도 공급초과 상태인 단순 직종을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전환하면서 정규직에 준하는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채용을 늘리는 기업의 부담은 곧 청년층의 취업 기회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존 비정규직 및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업무가 비슷한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게 되고, 이들이 시간선택제 정규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노동시장의 최대 현안인 만큼 이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마찰로 이어지면서 기업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존 정규직의 사기 및 능률 저하도 우려된다. 시간제 일자리의 근무시간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지만 같은 복지 혜택이 제공되는 것에 대해 정규직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도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시키고 질 나쁜 일자리만 확대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