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발행·중개기관 없는 ‘제2의 화폐’… “미래 화폐 대체” 장밋빛 전망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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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이 세계 통화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상의 화폐로, 유통 규모와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면서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미국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가 사상 최초의 ‘비트코인 청문회’를 열면서 합법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도 지난 4월 비트코인을 원화로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코빗’이 출범했다. 거래 시장에서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트코인을 제도권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 있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엇갈리면서 격론이 오가고 있다. 비트코인의 성장 가능성을 놓고도 찬반 양론이 부딪히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유통량이 증가하면서 ‘미래의 화폐’로 기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과열 양상을 띠면서 가격이 급등락해 안정적인 투자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 비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은 실물이 없는 가상의 화폐로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를 오가는 온라인 코드다. 우리나라의 싸이월드 ‘도토리’나 한게임 ‘한코인’처럼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이버 머니’와 비슷한 개념이다. 일반적인 가상화폐와 다른 점은 특정한 발행인이 없다는 점이다. 개인이나 회사가 운영 주체가 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용자가 스스로 비트코인을 만들고 거래할 수 있다.

2. 누가 어떻게 만드나

비트코인은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아이디(ID)를 사용하는 정체불명의 개발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은 거래를 통해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 비트코인 계좌 격인 ‘지갑’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뒤 ‘마운틴곡스’ 등 온라인 거래소에 방문해 구매하거나, 프로그램이 10분마다 제시하는 복잡한 암호를 푸는 ‘채굴’ 작업을 통해 ‘캐낼’ 수도 있다. 채굴에 참여하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문제가 어려워지는 시스템이어서 암호해독에 쓰이는 고급 장비인 ‘채굴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수학적 알고리즘에 의해 발행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2145년까지 최대 2100만 비트코인까지만 채굴이 가능하다.

3. 어디에 쓰이나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컴퓨터를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직접 오가는 ‘무국적’ 통화라 국외 송금이 용이하다. 은행 같은 중개 기관 없이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 기반 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는 대안 금융 서비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민간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달러나 유로 등 기존 화폐로 쉽게 바꿀 수도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등장했다.

발행·중개 기관이 없어 추적이 불가능하고 100% 익명으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범죄조직이나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의 지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보고서를 통해 대형 은행들의 돈세탁과 같은 흐름이 비트코인의 제3자 간 거래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은 중앙 통제 기구가 없어 수상한 거래를 추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4. 비트코인의 장점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지불·송금에 드는 수수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율 수수료제를 택하고 있어 큰 금액을 송금할 때에도 최저 0.0005비트코인(약 60원)만 부담하면 송금·지불·결제가 가능하다. 지갑을 만들 때 신분을 증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래의 익명성도 보장된다. 발행처나 감독당국이 없어 정부의 간섭이나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도 자유롭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화폐 가치와는 달리 특정 관리자가 ‘조작’할 수 없고 시장 원리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이다.

5. 비트코인의 문제점과 부작용

비트코인의 익명성은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우선 징세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탈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무기·마약 등 불법 거래에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미국 법무부가 비트코인을 이용해 대규모의 마약을 불법 거래한 온라인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해 폐쇄 조치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대규모 자금 세탁에도 활용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P2P 방식으로 컴퓨터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도 취약하다. 지난 14일 호주의 한 사이트가 두 차례 해킹 공격을 받으면서 이용자들이 지갑에 보관 중인 104만 달러(약 11억 원) 상당의 4100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 투기세력이 몰려 가치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6. 현재 가치는

11월 현재 달러화로 환산한 전체 비트코인 통화 가치는 13억 달러(1조3800억 원) 규모이며 하루 거래량도 1억 달러에 육박한다.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 마운틴곡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단위당 가격은 21일 기준으로 최고 650달러(69만 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단위당 675달러(71만8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올해 들어 4700% 이상 급등했다. 유통 규모는 1100만 비트코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7. 투자사례(윙클보스 형제 등)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에게 ‘아이디어 도용’ 소송을 내 유명세를 탄 캐머런, 타일런 윙클보스 형제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투자자로 꼽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윙클보스 형제는 최소 1100만 달러(117억 원)의 비트코인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비트코인을 매입해 최소 6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운영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비트코인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8. 규제는 가능한가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를 넘어 ‘제2의 화폐’로 부상하자 미 재무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금융 당국들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 됐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제도권 내의 기업이 거래하는 비트코인에 감독 및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해 가상화폐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앙은행의 금융시스템 통제에 대한 위협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국세청 등 규제당국이 지난 5월 회의를 갖고 비트코인 거래방식과 범죄자들의 활용 가능성, 규제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대의 비트코인 시장이지만 규제는 거의 없는 상태다. 중국은 미국·유럽 등과 달리 사금융 및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가 약한 데다, 글로벌 거래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비트코인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차이나의 거래 규모는 일본의 마운틴곡스를 추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9. 美상원서 열린 ‘비트코인 청문회’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까지 불려나갔다. 지난 18일 미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가 연 비트코인 청문회에서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서면보고를 통해 “비트코인이 법 집행과 관리감독이라는 측면에서 위험성이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지불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호평했다. 비트코인이 합법적인 통화수단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미틸리 라만 미 법무부 차관보 대행도 “가상화폐는 국제적 상업거래를 촉진시켜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미 의회 청문회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상통화를 넘어 실질통화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10. 제도권 편입 가능성

독일은 지난 8월 비트코인을 개인 간 거래에 쓰이는 통화로 공식화하고, 법적 화폐의 자격을 부여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의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 것을 받아들이고 비트코인을 대안화폐로 인정했다. 미 금융당국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리감독 및 규제를 논의하며 비트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공식 화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가 허술한 보안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의 지갑은 파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지갑을 저장한 기기가 손상돼 개인 ‘키(key)’를 분실하면, 이 기기에 저장됐던 비트코인을 영구적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또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주체가 따로 없기 때문에 거래소가 갑자기 폐장될 경우 비트코인 자체가 없어지면서 이용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한 오프라인 상점은 1000여 개에 불과하며, 유명 기업이나 상점 등은 비트코인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김하나·김다영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