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총가구수 축소 ‘행복주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4일 저녁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목동 행복주택 건립반대 궐기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청사 앞. 200여 명의 주민들이 피켓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날 시위를 벌인 사람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행복주택 사업 시범지구 선정에 반발한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공릉동, 경기 안산시 고잔동 주민들이었다.박근혜정부의 핵심 공약사업인 행복주택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하면서 서민 주거 안정 장기 계획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정부는 행복주택을 물량 위주에서 벗어나 주거의 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량을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축소 공급하기로 했지만 재원 마련과 주민 반발 극복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 반발을 해소하는 것이 당장 발등에 불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유수지 행복주택 사업 예정 지구를 찾아 주민들과 면담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정부는 행복주택 사업이 서민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조속히 추진돼야 할 공약이라는 점에서 시범지구 주민들을 최대한 설득해 내년에는 착공한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 늦어지는 시범지구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행복주택 시범지역으로 서울 구로구 오류동역, 서대문구 가좌역, 노원구 공릉역, 양천구 목동과 송파구 잠실·송파 유수지, 경기 안산시 고잔역 등 7곳 48만9000㎡를 행복주택 시범 사업지구로 선정했다. 국토부는 최근 이 가운데 목동, 송파, 잠실, 공릉, 고잔 등 5 곳을 행복주택 시범지역으로 일괄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목동 등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시범지구 지정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특히 목동·공릉·안산 고잔지구 주민 200여 명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구지정 철회를 위한 연대집회를 여는 등 행복주택 사업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주민 설득을 위해 지난 4일 서승환 장관이 신정호 목동 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민들을 직접 만났지만 성난 주민들을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 주민 반발 극복이 관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이 시범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 반대다. 사업주체인 정부와 사업지 주민들이 서로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 지역주민들은 충분한 사전설명이나 주민과의 소통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범사업 지구를 지정했다는 것을 반발의 주요 이유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적극적인 소통’이 아쉬운 상황이다. 정부는 행복주택 조기 추진을 위해 시범사업 해당지역 관계자들과 총 340회(11월 기준)의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일방통행식 협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주민들과 보다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 오히려 행복주택 조기 추진에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3. 조속 추진 가능한가

올해 안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었던 행복주택 사업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이상 행복주택 사업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내년 초에 행복주택 사업이 본격 착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사업 추진과정인 지구단위계획이나 주택건설사업계획 수립과정에서 계속 주민협의를 해 의견을 수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 시범사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 핵심사업인데다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는 만큼 정부가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면 조속한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범지구 가운데 1곳이라도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면 행복주택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행복주택 취지에 맞는 다양한 부지를 발굴해 내년 2월부터 추가 지구도 순차적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와 병행해 부지 확보, 토지 점용료 감면, 용적률·건폐율 등 건축특례 등을 담은 ‘공공주택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입주기준, 임대료 등 행복주택 공급기준안도 곧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4. 총 가구수 얼마나 축소했나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계획을 당초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대폭 축소했다. 공급 부지도 철도역 행복주택이라는 당초 개념을 과감하게 버리는 대신 노후한 도시 주거지 재생 연계형, 산업단지 직주 근접형 행복주택 등 다양한 공급방식을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행복주택 사업을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20만 가구 공약대로 이끌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줄어든 6만 가구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5만 가구), 민간임대주택(1만 가구) 등으로 대체 공급할 방침이다.

5. 부지·공급 방식 확대했는데

정부는 행복주택 건설 부지 확대와 공급방식 다양화를 통해 차질 없이 원활한 공급을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행복주택의 개념을 만들었던 철도역 행복주택에서 더 나아가 공공용지, 산업용지 등에 행복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도시 활력 차원에서 도시주거지 재생 연계형, 산업단지 직주근접형 등으로 행복주택 공급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최근 대구시에서 경북대학교 인근 시유지 등에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연계해 대학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 공급계획을 제안했고, 포천시는 인근 3개 산단 근로자와 3개 대학교 학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 추진계획을 수립해 국토부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보유 토지 활용은 공기업 본연의 업무인 공공임대주택 사업 능력 범위 안에서 추진될 계획이다. 재무구조는 특별 관리할 예정이며 만약을 대비해 해당지구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추진할 계획이다. 신규 택지지구 조성은 사업비용과 기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기업 보유분을 활용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또 미착공용지 조기착공으로 경기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6. 사업비는 어떻게 분담하나

행복주택에 대한 소요비용은 전체 예산의 30%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40%는 국민주택기금이, 나머지 30%는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책임진다. 국토부는 행복주택 사업비가 3.3㎡당 평균 695만 원 수준이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후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에서 받으면 채산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고난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전철역 행복주택이 관건이다. 소음도 해결하고 인공 덱 등을 설치해야 하는 오류·가좌지구의 경우 3.3㎡당 700만∼800만 원 대 공사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정부 지원과 국민주택기금, LH 사업비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과 운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7. 더 효과적인 방안은 없나

정부는 행복주택의 순조로운 공급을 위해 LH의 인력과 소유부지, 미매각 용지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필연적으로 LH의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LH는 최근 몇 년 동안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을 통해 자금을 회수했으나 다시 행복주택사업에 적극 나설 경우 재무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자치단체,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이나 공익재단 등 민간이 보유한 토지를 기부 받는 구조로 추진하는 것도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거복지사업, 아름다운 재단의 주거복지 사업, 한국해비타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의 사랑의 집짓기 등 민간의 주거복지 관련 사업이 있는 만큼 이를 결집해 공공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8. 해외 사례는

프랑스와 일본, 홍콩, 독일 등에서 행복주택과 유사한 철로상부,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한 주택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프랑스의 경우 선로로 단절된 센 강변과 인접 13구역에 폭 100m, 면적 200만㎡의 인공대지를 연결해 주거기능 30%, 업무 및 상업지구 35%, 교육지구 10%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니시다이(西台) 주택단지가 대표적이다. 도에이(都營) 지하철 6호선 상부에 인공대지 3만6000㎡를 조성해 14층짜리 아파트 4개동을 건설했다. 독일은 슈투트가르트에 철도시설 지하화를 통한 인공대지를 조성해 공원과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홍콩의 경우 카오룽베이 데파트(Kowloon Bay Depart)가 대표적인데, 차량기지 선로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아파트 41개동과 쇼핑몰 2개동을 건립해 활용하고 있다.

9. 입주대상은

행복주택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노부부 등을 위한 주거지다. 정부는 최근 신혼부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비율은 전체의 60%에서 80%까지 확대했다. 대학생은 복학생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가점을 주고, 신혼부부는 임신이나 부모 거주지 등을 고려해 입주자를 선정한다.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일반인 물량은 20%로 줄어든다.

일반인의 경우 청약저축 통장을 갖고 있으면 신청할 수 있지만 임대료는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다.

10. 사업 성공하기 위한 추진 조건은

정부가 행복주택을 대규모 물량 위주로 조기에 짓겠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공약 달성을 위해 물량 맞추기에 급급하다 보면 ‘공급량’은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사업 지연과 ‘주거의 질 하락’ 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은 질이 떨어지는 집이라는 인식이 강해 기존 지역 주민들에게 거부감이 강한데 행복주택마저 공급 가구수 맞추기에 방점을 두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일부에서는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 등의 소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공동체가 살아 있는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도 행복주택의 성공적인 추진 모델의 하나로 계획하자는 의견이 있다.

행복주택 사업을 장기적으로 안착시키려면 지역 주민이 공감할 만한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원과 주민반발 등을 극복하더라도 지역주민과 입주자가 공감하지 않으면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성공 관건은 주민(공동체)과의 조화가 필요조건인 셈이다.

김순환·강승현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