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올해엔 내게 좀 더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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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을 만나면서 공통된 이야기를 들은 내용이 있다. 허탈한 표정으로 “분명히 나는 내 인생을 살았는데 내 인생에 내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라는 말이다.

왜 내 인생에는 내 이야기가 없을까?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인가(what) 열심히 내가 이뤄야 할 것들을 이뤄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어떻게(how) 해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너무나 분주한 일상이 반복된다.

그런데 참 아쉬운 것은 왜(why)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그냥 열심히만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이 일을 선택했고, 왜 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이뤄가야 하는지 놓쳐 버린 것이다. 열심히 분주하게 살던 내가 ‘왜?’라는 질문 앞에서 갑자기 힘을 잃고 주저앉게 된다. 어떤 순간에도 ‘왜?’라는 질문의 답은 나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내 안에서 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 내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곧바로 대답을 못한 이유는 답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자신 안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내가 붙잡고 있었던 ‘왜?’를 잃어버린 것이다. 가족과 내 미래를 위해서 살겠노라면서 스스로를 분주함 속으로 빨려들어 가도록 방치하면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유를 견고하게 붙잡고 나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크고 작은 모니터들 앞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들이 대부분이다. 나로 하여금 스스로 고독해질 수 있는 묵상과 되돌아볼 수 있는 멈춤의 시간들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동안 남자들에게 종종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쓰여진 스케줄을 갖고 있는가? 다가올 나의 미래를 위해 나 자신이 스스로 투자하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나의 미래는 저절로 준비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이제는 “내 인생에 집중하기 위해 내 주변을 잠재우고 내가 나의 마음과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멈춰서서 나를 바라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 힘있게 말하고 싶다.

후자가 잘 이뤄질 때 전자의 선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새해에는 하루에 한 시간씩이라도 휴대전화와 노트북 전원을 종료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나를 빼앗아 간 기계들에게서 나를 조금이라도 되찾아오고 싶고 나를 빼앗기는 일을 멈추고 싶다.

나로 하여금 나를 쉬게 하고 나를 돌아보며 때로는 눈물 흘리고 싶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며 뼈저린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일이 필요하다. 나를 돌보지 못했던 무심한 나를 마음껏 탓해 보리라.

그리고 아무 걱정 없는 사람처럼 보내고 싶다. 욕심으로부터 벗어나, 목표라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내 인생의 시간을 매일 아침 정해서 지켜볼 계획이다. 피곤하고 분주한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피곤하고 분주한 인생은 분노를 스스로에게 선물할 때가 많다.

이뤄야 할 목표가 많아질수록 나도 모르는 조급함이 생산해낸 분노를 자신의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놓게 되기 때문이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숨차게 살았던 하루 가운데 평안한 마음의 호흡으로 나로 하여금 평안케 할 것이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나에게 집중할 것이다. 철저한 자기 돌봄이 새해 내 인생 계획이다. 내가 행복해지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leeyuesu@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