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쥐락펴락하는 3大 중앙은행의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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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들 / 닐 어윈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즈니스맵

오는 11일로 예정된 미국 하원의 재정위원회 청문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인 재닛 옐런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양적완화 추가 축소 여부 등 ‘옐러노믹스(옐런의 경제정책)’를 밝힐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Fed 의장의 경제정책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쳐 왔다. 최근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결정이 이뤄지자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단적인 사례다.

미국 Fed에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까지 포함한 3대 중앙은행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들 3대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가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그토록 막강한 힘을 갖게 된 배경은 뭘까. 이 책 ‘연금술사들’은 3대 중앙은행장을 현대판 연금술사로 비유하며 이들이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과정을 경쾌한 필치로 살핀다.

책은 현대판 중앙은행의 시초라 할 수 있는 17세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어 Fed, 영란은행, ECB의 탄생과 시련을 조명한다. 뉴욕타임스 수석 경제전문 기자인 저자는 금융위기의 역사를 알면 이들 중앙은행이 어떻게 강력한 힘을 갖게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20세기 초까지 미국에 중앙은행은 없었다.

하지만 시장 조작, 금융 버블 등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은행들이 붕괴하자 위기 상황 때 다른 은행들을 지원할 은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Fed가 탄생했다. 위기가 중앙은행인 Fed의 탄생을 부른 것이다.

저자는 특히 2007년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당시 3대 중앙은행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벤 버냉키 Fed 의장,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로, 이들 3인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자가 ‘3인 위원회’라고 이름 붙인 이들은 2007년 이후 5년간 동료 중앙은행장과 함께 금융공황을 억제하기 위해 수조 원에 달하는 달러, 파운드, 유로를 투입했다.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집행한 조치였다. 저자는 세 사람이 보유한 ‘연금술’과 국제결제은행(BIS)을 중심으로 맺어진 중앙은행 수장들의 특별한 인맥이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 열강은 거의 언제나 세계적인 금융강국으로 입지를 다지면서 부상한다. 아울러 모든 금융 열강의 뒤편에는 효율적인 중앙은행이 있다.

“영국이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으로 군림했을 때 런던은 세계의 금융수도였고, 당시 영국이 열강으로 득세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영란은행 덕분이었다. 20세기에 미국이 막강한 세계 열강으로 등장했을 때는, 뉴욕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런던을 대신했다. 연방준비제도가 1914년에 창설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2009년 금융위기가 ‘유로위기’로 비화하자 각 은행은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정부의 금융정책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킹과 트리셰가 정부 전략에 대해 논평하기 시작한 것은 중앙은행이 독립적일 뿐 아니라 우월한 경제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이렇게 새롭게 힘을 얻게 된 중앙은행 중에서도 Fed의 움직임이 가장 기민했고 결단력도 뛰어났다. 이 배경에는 대공황 등 이전의 위기를 깊이 연구한 버냉키의 학술적 역량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장을 믿어야 한다”며 “우리가 그들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점진적 발전은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결론은 간명하다. “중앙은행의 역사는 곧 문명사”라는 것. 중앙은행 제도가 문명이 발전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