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관방 “고노담화 재검토 않는다”… 美압박에 ‘日步後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 사죄한 고노(河野)담화를 재검토하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국회에서 고노담화 재검토를 공언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 “재검토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오는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한·일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 미국 측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데다, 국제사회에서도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 기류가 강해지면서 아베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 움직임을 견제해 왔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6일 NHK 인터뷰에서도 “지역 정세를 어렵게 만드는 행동은 건설적이지 않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유력 언론은 아베 총리를 ‘국가주의자’로 지목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아베 정권의 ‘후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이 오는 12일 한국을 방문해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 등과 만나기로 하면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의 만남을 타진할 수도 있는 만큼 고노담화 재검토 문제를 일단 유보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해 온 일본 우익세력들의 반발이 커질 경우엔 일본 정부가 다시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가 관방장관은 고노담화의 재검토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정부 내에 팀을 만들어 작성 경위를 검토한다는 방침은 철회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고노담화 자체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정부에 고노담화 재검토를 촉구해 온 극우정당 일본유신회 고위 관계자는 “검증을 한 결과,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나면, 실질적으로 담화를 수정한 것과 같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