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대출액 총 1조8335억… 사상 최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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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사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8000억 원대 KT ENS 사기 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6명을 입건하고 조사 상황 등을 알려준 금융감독원 간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결과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금융권의 맹신과 허술한 대출 승인 절차가 이 같은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H 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으로부터 KT ENS 허위매출채권을 담보로 463차례에 걸쳐 1조8335억 원 상당을 사기대출해 빼돌린 피의자 16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KT ENS 직원 김모(52)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사건 핵심인물로 지난 2월 4일 해외도피한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49) 씨는 홍콩과 뉴질랜드를 거쳐 남태평양의 바누아투공화국에서 행적이 끊겼으며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대출 규모는 1조8335억 원에 달하지만 전 씨와 서모(44) 씨 등 협력업체 대표들이 나중에 빌린 돈으로 상환시기가 도래한 대출금을 돌려막아 금융권이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 미상환액은 2894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피해가 큰 H 은행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154차례에 걸쳐 1조926억 원을 대출해주고 이 가운데 1571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금융기관들이 KT 자회사인 KT ENS가 매출채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승낙서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승인해 천문학적인 사기대출이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전 씨와 서 씨 등은 사기대출로 빼돌린 자금으로 상장회사 주식과 부동산(별장구입) 등을 매입했고, 또 다른 협력업체 대표들도 명품시계, 고급 수입차 등을 구입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KT ENS 직원 김 씨도 전 씨 등으로부터 수입차와 법인카드 등을 제공받아 사용하고 협력업체 대표들과 수십 차례에 걸쳐 필리핀이나 중국 마카오 등에서 도박과 유흥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금감원 간부 김모(50) 팀장이 사기대출에 연루돼 핵심 용의자인 전 씨에게 금감원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도피를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앞서 금감원은 자체 감찰을 통해 김 팀장이 전 씨 등과 어울려 다니며 해외 골프 접대를 받고 수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아 챙긴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그를 직위해제하고 수사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