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마을 현장을 가다>활·과거시험… 전통찾는 여행 年 1만명 ‘티켓’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세심마을에서 부산문화회관 정기 회원들이 이 마을 전통 체험프로그램 중 하나인 활쏘기를 하고 있다. 경주 = 임정현 기자 theos@munhwa.com

“전통무예와 놀이를 체험하고, 고즈넉한 서원에서 명상에도 잠길 수 있어서 마음과 몸을 치유하기에 제격이네요.”

지난 14일 오후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세심마을체험관. 관광버스를 타고 온 부산문화회관 정기 회원들이 활쏘기를 막 시작했다. “몸과 팔을 직각으로 하고 활의 시위를 당길 때는 움직이면 안 됩니다.” 이 마을 체험지도사 이정덕(77) 씨의 설명에 따라 회원들은 20파운드짜리 연무궁을 들고 10m 앞 과녁을 응시했다. 날아간 화살이 과녁에 “탁 탁” 소리를 내며 꽂히자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활쏘기를 처음 했다는 박미자(여·52·부산 금정구) 씨는 “겁이 났지만 생각보다 쉽게 시위가 당겨졌고, 마음먹은 대로 화살이 날아가서 재미있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활쏘기체험장 옆에서는 회원들이 직접 제기를 만들어 차고 있었다. 엽전 모양의 둥근 링에 습자지를 말아서 만든 제기를 차는 회원들은 마냥 신이 났다. 박영자(여·65·부산 연제구) 씨는 “어린 시절이 절로 생각난다. 전통놀이가 이렇게 운동이 될 줄 몰랐다”고 말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김병기(78) 체험지도사는 “제기차기는 외국에는 없는 우리 전통놀이”라며 “처음에는 돼지 오줌통과 깃털로 제기를 만들었고, 지금 사용하는 제기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엽전과 한지를 이용해서 놀던 것으로 이후 민간으로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심마을체험관을 찾은 부산문화회관 회원은 40명. 20명이 1개 조가 돼서 번갈아 가며 활쏘기와 제기차기를 한 뒤 떡메치기 장소로 이동했다.

이 마을 이름인 세심(洗心)은 옥산서원 앞을 흐르는 옥계천에 펼쳐져 있는 넓은 바위인 세심대(洗心臺)에서 따온 것으로,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이 도(道)의 근본인 마음 닦음을 자연에서 저절로 느끼고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지어졌다. 앞서 회원들은 이날 오전 체험관 앞 옥산서원을 찾았다. 서원으로 가는 200m의 길 옆으로 수백 년은 돼 보이는 나무와 어우러진 평상바위, 맑디맑은 물이 흐르는 옥계천이 펼쳐졌다. 회원들은 이를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의 후학들이 학업을 닦던 곳이다.

서원에 도착한 회원들은 마루로 된 학습당에 앉아 명상에 잠겼다. 고개를 든 회원들은 바로 앞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자옥산(해발 570m)을 보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윤영희(여·58) 경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자연과 함께 옛 선비들이 공부를 하던 곳이어서 세심마을 팜스테이 체험객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이 힐링을 위해 서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날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부산문화회관 회원들은 세심마을에서 전통놀이를 만끽하고 문화를 향유했다. 이들은 “세심마을은 관광과 체험을 원스톱으로 하는 장소”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도 맛보았다. 체험관 앞에 시금장이 눈에 띄었다. 주민들이 지난해 11월 보리겨를 주원료로 해서 만든 것이다. 회원들은 “밥에 비벼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로 구수하다”고 전했다. 시금장은 1㎏ 한 병에 1만 원에 판매도 한다.

세심마을은 지난 1999년부터 팜스테이를 시작했다. 4곳의 민박과 체험관 내 3개 동의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세심마을에서는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으로 활쏘기와 함께 과거시험도 본다. 과거시험은 주로 ‘옥산서원’으로 4행시를 짓는 것으로, 채점을 통해 장원에게는 관복과 함께 어사화를 쓰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활쏘기도 장원에게는 장군복을 입히고 투구를 씌워 준다. 또 상장과 함께 상품으로 고구마, 감자 등 농산물을 수여한다. 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퍼레이드도 펼친다. 이동숙(여·63) 세심마을 사무장은 “마을 체험객은 연간 1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팜스테이는 마을 주민 10여 명이 회원제로 운영하다 올해 초 영농조합법인으로 바꿨다. 이들은 직접 체험지도사 역할도 한다. 3년 전부터 흑자를 내 회원들에게 이익금이 배당될 정도로 운영이 활발하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 모내기, 타작하기, 고구마 캐기도 한다. 마을 옆 하천에서 물놀이는 물론 버들치 낚시, 미꾸라지 잡기 등의 체험도 한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자옥산과 도덕산(해발 708m) 등의 등산도 가능하다. 이 사무장은 “세심마을은 주변 산속에 아늑하게 펼쳐져 있어 자연을 벗 삼아 휴식을 취하는 데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경주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