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 유색女? 5㎜만 벗기면 다 똑같아” 적나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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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까지 한효석 개인전…돼지 본뜬 새 설치작품 공개

선홍색 살코기의 이미지에 얼굴을 접목한 인물화. 그리고 어미돼지와 새끼를 본떠 만든 레진소재의 모형을 공중에 매단 설치작품(사진).

전시작들은 마치 정육점의 그것처럼 붉은색과 날것 그대로의 형태를 드러내며 관객의 시선을 흔든다. 얼굴 그림의 경우 거죽을 벗겨낸 듯 피부 표현이 너무도 적나라해 흠칫 놀랄 정도다. 또 공중부양하듯 매달려 있는 돼지모형 역시 축 늘어진 뱃살, 눈썹과 피부색까지 실물의 박제처럼 사실적 묘사가 생생하다.

‘살코기 초상화가’ 한효석(42) 씨는 ‘아름다운 미술’의 고정관념을 넘어 오히려 거북스럽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왔다. 경기 평택에서 고교 시절까지 소 돼지 농장을 하던 부모의 일을 거들었던 그는 군 제대 후 홍익대 미대에 진학해 화폭에 자신의 체험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사료값 파동으로 집 농장이 파산한 뒤 스무 살 전후에 경험한 궂은일의 체험도 작품에 담겨 있다.

미군기지에서 지켜본 집창촌 여성들이며, 인종차별과 빈부문제에 대해, “5㎜만 벗겨내면 사람이나 동물, 그리고 백인종이나 흑인종이나 황인종이나 모두가 똑같지 않으냐”며 살코기처럼 뻘건 얼굴그림을 통해 다소 혐오스럽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무서운 그림’의 작가가 서울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5월 1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북 정읍의 양돈 농장에서 1년 반 체류하며 만든 돼지 실물 크기의 대형 신작을 공개한다.

그는 5000여 마리의 돼지가 모여 있는 양돈농장에서 자연사한 돼지의 사체를 액체실리콘으로 본을 뜬 뒤 레진을 부어 형태를 만들고 수채화처럼 물감을 쌓아올려 실물처럼 돼지를 재현했다. 겨울시즌에 작업해도 사체가 부패하면 모형 뜨기가 어려워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무게 350∼400㎏의 돼지사체들을 운반하느라 목과 어깨에 온통 멍과 상처자국이라는 작가는 두 마리를 한데 붙인 작품과 어미돼지가 새끼돼지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왜 굳이 이런 혐오스러운 작업을 하느냐는 물음에 작가는 “남들과 차별화해 내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영역을 예술 속으로 끌어들이고 인문학적 관심을 담아내기 위해”라고 밝힌다.

전시제목이 ‘자본론의 예언’이다. 작가는 “새끼만 낳다가 죽은 뒤에야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돼지의 삶이 사람의 녹록하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또한 작가가 ‘감추어져 있어야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라고 제목을 붙인 ‘살코기 인물화’ 역시 섬뜩하지만 작가의 삶과 관심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인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