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에 맡기는 게 ‘자유’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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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기 씨의 첫 장편 ‘관여자’(문학의전당)가 출간됐다. 소설 관여자는 현실 속에서 좌절과 고통에 시달리는 주인공 수천의 이야기다. 주부인 수천은 자동차 사고와 남편의 사업 실패 등으로 과거의 기억과 암울한 현실, 환상을 오가며 희망과 절망 사이를 표류한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벅찬 감동을 느끼지만, 이내 캄캄한 어둠으로 침잠한다.

이런 가운데 수천은 종교를 접하고 거대한 신의 존재 속에서 자유와 평안을 얻는다. 내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난무하는 삶 속에서 오히려 순리에 몸을 맡기는 것이 나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수천이 환상 속에서 들은 ‘물욕의 덧없음과 너의 영혼을 덥혀온 온갖 것들을 제어하고, 네 속에 잠재되어 있는 순수한 근원으로 돌아가라’는 목소리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인 듯하다.

소설의 제목인 관여자도 내 삶에 ‘함께하는 자’이자, 신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소설은 강한 종교적 색채를 풍긴다. 등장인물 또한 K집사, H목사 등 종교 관계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주석에도 성경 구절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절대적 존재에게 구원받길 원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수천의 깨달음은 엿볼 만하다.

이문기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 수천과 같은 50대에 들어선 주부로, 수천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그의 경험으로부터 나왔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