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거범죄 공소시효 늘려야 할 이유

홍정기/논설위원

‘죄(罪)와 벌(罰)’에 관한 한 인류는 시간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공소시효는 패주(敗走)하는 시간의 그림자쯤이다. 점점 길어진다. 일몰(日沒)로 자취 없어지기도 한다.

형사소송법이 공소시효 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시간이 곧 인간(사)이기 때문이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그 어떤 범죄라도 시간이 먼저 흐르면 공분(公憤)도 따라 흐른다, 흐려진다. 그에 앞서 유·무죄의 각종 증거가 흩어지고 사라져 정정당당한 재판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흩어진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고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일이 더 일어나고 더 쌓인다. 새로운 사실관계를 존중하는 게 훨씬 더 정의로울 수 있는 것 또한 경험칙이다. 법적 안정성의 이념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비근한 예 - 형소법 제249조; 사형 해당 범죄는 25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그 최장 공소시효가 종전엔 15년이었는데 2007년 12월 21일 개정해 25년으로 늘렸다. 그 연장 시효가 시간과의 전쟁에서 거둔 인간의 승리 그 수승(殊勝)의 자신감을 말해준다. 날로 지능화·흉포화하는 강력 범죄의 예방 필요성이 더더욱 절실해진 한편, DNA 감정 기술 등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오래전 증거도 수집할 수 있어 실체적 진실을 추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공소시효를 아예 걷어치운 예도 늘고 있다.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형법의 내란·외환죄, 군형법의 반란·이적(利敵)죄 등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1995년 12월 21일부터였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집단살해죄 등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12년 뒤 같은 달 같은 날, 형소법 제249조가 개정·발효된 2007년 12월 21일부터였다.

이들 범죄, 그러니까 헌정질서 파괴범죄나 반인도(反人道) 범죄에 못지않게 영혼을 파괴하는 성범죄에 대해서도 지난해 6월 19일부터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범죄 등 공소시효 적용 배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시간과의 전쟁에서 미리 투항하다시피 한 일단의 범죄군(群)이 있다. 선거범죄가 그런 별종이고 그 범죄의 6개월 단기 공소시효는 일반 범죄 공소시효의 장기화 내지 무한 확장 추세와 극과 극으로 대비된다.

6·4 지방선거의 심상찮은 혼탁상을 지켜보며 공직선거법 제268조 1항 본문을 편다 - ‘…공소시효는 당해 선거일 후 6개월(선거일 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함으로써 완성한다.’

돌이켜 1994년 3월 16일, 종전의 각종 선거법을 단일 법으로 통합한 그날 이래 현행 선거법은 56회에 걸쳐 개정돼왔다. 그리도 자주 고치고 다듬어오면서도 선거범죄 6개월 공소시효는 늘 논의 밖이었다. 2월 13일 시행된 최신 선거법이 제268조 3항에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죄 그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려 스스로 연장의 선례(先例)가 될 때까진 분명 그랬다.

6개월이라… 역시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의 법’답다. 일반 범죄의 최단 공소시효는 1년이다.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의 그 1년이다. 그러니까 공소시효에 관한 한 선거사범의 죄질은 구류 같은 가벼운 형에 처할 범죄의 2분의 1이(라는 계산이)다. 약간 더 무거운 벌금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 3년에 견줘 6분의 1…, 그것 참.

6개월…, 그렇게 줄인 이유가 뭘까. 이를테면 총선에서 당선인 본인이나 선거사무장 등의 선거법 위반 행위로 불안해질 수 있는 국회의원의 신분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안정시키자는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출마한 정치인 이외의 국민 일반은 단기 공소시효로 무슨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글쎄. 선거의 당대와 미래사가 그 때문에 더 맑아지던가…그것도 또 글쎄다.

만약 그 공소시효를 이를테면 국회·지방의원 임기와 같이 4년으로 늘린다고 할 경우 어느 누가 어떤 낭패 겪을까. 검찰도 법원도 다 힘들고 정치인은 더 힘들테지만 국민으로서야 힘들고 말고 할 것 없다. 그렇다. 단기 공소시효는 정치인을 일방적으로 거들 뿐, 합리적 근거가 없다. 지능적 선거범죄의 악성 진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그 시효를 늘릴 때 됐다, 되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