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념사진에 폭탄酒까지… 얼빠진 관료·정치인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세월호 참사에 비통해하고 있다. 이웃이 불행을 당하면 좋은 일도 감추며 슬픔을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코흘리개에서 인생의 만난을 헤쳐온 어르신까지 눈물로 애도하고, 실낱같은 기적이라도 간구(懇求)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일부 고위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얼빠진 행태는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로 선출된 유한식 현 시장은 지난 18일 청년당원들이 마련한 술자리에 참석했다. 폭탄주(酒)까지 돌았고, 건배사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대응도 초록동색(草綠同色)이었다. 유 시장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로 끝냈다. 수많은 국민이 온갖 모임들을 취소하고, 새누리당도 ‘금주령’을 내린 상태다. 다소의 진정성이라도 보이려면 더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6·4 선거에서 표를 달라고 하겠는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일행이 지난 20일 진도 시신안치소를 방문했을 때 동행한 송영철 안전행정부 감사관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말해 이에 격분한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300명을 저 바다에 처넣고 기념사진 찍자는 당신들이 사람이냐”는 가족들의 격한 반발이 쏟아졌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사고 당일 실종자 가족들이 식음을 전폐하고 가족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해 혼자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다 구설수에 올랐다. 공복(公僕)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국회에는 선박입출항법, 학교안전사고예방법 등 이번 사고를 방지했을 수도 있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방치돼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