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주택 거래 살리려면 2·26대책 근본 수정을

부동산 시장의 돈줄(투자금) 비정상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2월 말 정부가 전월세 주택 임대소득 과세를 주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유동자금이 주택 분양시장과 매매거래보다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과 경매시장, 지방 토지 등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주거용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자 돈이 세금을 피해 비주거용 부동산으로 ‘피난(?)’하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지난해와 올해 분양한 단지 내 상가들은 5000만 원이 넘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합니다. 또 최근 위례신도시의 한 상가 분양에서는 119개 점포 모집에 1200명 넘게 몰려 평균 경쟁률 10 대 1을 기록했고요. 이곳에서는 청약당첨자 발표 직후 2000만~3000만 원의 웃돈이 붙었는가 하면 이동식 중개업소 ‘떴다방’까지 등장했다네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근 경쟁 입찰로 분양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점포 40여 개도 모두 팔렸습니다.

경매시장은 2월 말 이후 더 열기를 띠고 있지요.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와 토지 경매가 인기를 끌면서 입찰경쟁률과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경매의 경우 올들어 4월 말까지 평균 낙찰가율이 84.4%에 달했지요. 이는 기존 최고 낙찰가율(84.2%)을 넘어선 것입니다. 활황세인 지방의 토지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70.5%로 기존 60%선보다 크게 웃돌고 있지요. 지난달 제주도의 평균 토지 낙찰가율은 108.8%, 대구의 토지 낙찰가율이 103.7%로 근래에 보기 드물게 감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땅이 팔리기도 했습니다.

단지 내 상가와 지방 토지경매 시장이 뜨거운 반면, 아파트 매매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4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466가구로 3월보다 11%나 줄었지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지방도시와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미분양이 많이 나오고 있고요. 이처럼 부동산시장 돈의 흐름이 비주거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정부의 2·26 대책과 3·5 보완대책이 주택 임대사업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취지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로 가기 위해서는 2·26 대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수익용 부동산은 과세를 강화하고, 전월세 주택은 세금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2주택을 소유하면서 1주택을 전월세 로 내놓는 이들에게는 세금을 더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죠. 정부가 2·26 대책과 3·5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부동산시장 돈줄은 정부 의도와는 달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해 4·1 부동산대책과 8·28 전월세대책, 올해 2월 대통령 업무보고 등의 영향으로 살아나던 부동산시장을 일거에 잠재워버린 2·26 대책의 조속한 보완이 절실합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