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 120돌… ‘갑오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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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120년이 되는 해다. 소설가 채길순의 신작 ‘웃방데기’(모시는 사람들)는 이제는 기억에서 멀어진 갑오년(1894년), 전국에서 불꽃같이 일었던 동학농민운동의 한복판을 조명한다. 채 작가는 1995년 1억 원 고료의 ‘한국일보 광복 50주년 기념 소설 공모’에 당선된 ‘흰옷 이야기’를 비롯해 ‘동트는 새벽’ ‘어둠의 세월’ ‘조캡틴 정전’ 등 그가 발표한 모든 소설에서 동학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만큼 동학농민운동의 역사에 정통하고, 소설은 현실감이 넘친다.

남원 고을 종 갑이, 양천 고을 백정 을동개, 계집종 아랑이 등 소설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계급이 낮은 천민들이다. 당시는 전통적인 양반 세력이 몰락하고, 평등사상이 싹트던 때였다. 하지만 갑이가 아내 아랑이를 양반인 이 대감에게 빼앗기는 등 천민들이 당하는 핍박과 천대는 여전했다. 이들은 단지 사람같이 사는 세상을 위해 동학농민운동에 뛰어들었다. 고부민란, 전주성 함락 등으로 전라도 지역을 장악하며 수도 한양으로 전진했으나 공주성 전투 패배와 관·일본군의 잔인한 토벌로 인해 수없이 스러진다.

제목인 ‘웃방데기’는 웃방아기와 부엌데기의 합성어로, 천한 계집을 뜻한다. 한과 분노를 남기고 사라진 민초들을 상징한다. 동학농민운동 후, 살아남은 아랑이는 하늘을 향해 외친다. “할매요, 어무이요! 내는 인제 종년 아이라요. 그라고 사람맨치로 잘 살 낍니더.” 비록 실패했지만, 동학농민군의 저항은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임을 보여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