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정상회담-의미와 전문가 제언>‘北核 불용’ 원칙 공감하지만…표현은 ‘한반도 비핵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한·중 정상회담 직후 발표하는 공동성명에 북핵 해법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의 표현을 그대로 명기한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 원칙에 공감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핵실험 반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만, 막상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로 삽입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과 대동소이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북핵 해법은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즉 중국의 북핵 해법이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막판까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공동성명에 넣는 문제를 놓고 조율을 벌였지만 중국 측의 입장이 완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우선 북핵 문제가 대두하기 전인 1992년 9월 진행된 한·중 간 첫 정상회담의 공동언론발표문에 표현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2005년 6자회담 이후 나온 9·19 공동성명 등 모든 문서에 표현됐던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상황에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북한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뜻도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 측의 설명과는 달리 중국 측의 한반도 기본 전략 때문에 이 표현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중 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성명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반대’ 등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를 담을 것을 요청했지만 이 부분도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중국이 강조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협상’의 중요성은 이번 공동성명에 담긴다. 지난해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북핵 해법과 관련, ‘유관 핵무기 개발’이라는 표현으로 북한을 간접 지칭한 바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