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 제국주의 피해자가 아닌 참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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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중국사 청-중국 최후의… / 윌리엄 T 로 지음, 기세찬 옮김 / 너머북스

청(淸·1644∼1912)은 강희제·옹정제·견륭제로 대표되는 17세기 중반∼18세기 말의 전성기를 거쳐,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 푸이로 기억되는 중국의 마지막 왕조다. 16세기 말 누르하치가 이끄는 만주족은 부족 집단에서 출발해 군대와 국가를 형성해 한족(漢族)의 명(明)을 정복했고, 중국을 통일했다. 청은 전례 없는 광활한 제국을 통치하며 비교적 ‘작은 정부’체제에서 거의 300년 동안 중국대륙을 지배했다.

만주족이 지배한 청의 역사는 그동안 한족과 유럽중심의 시각에서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 20세기 중국·서양의 역사학자들은 한때 만주족이 한족으로 융화돼 “청의 역사는 사실상 없다”거나, “근대 서구와 보조를 맞추지 못한 쇠퇴한 중국 왕조”로 청의 본질은 평가 절하돼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중국이 부상하고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의 역사에 대해 시각의 변화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청이 어떤 시점에서 고립된 채 다른 세계와 교류하지 않았다”는 평가에 대한 반론이 거세다.

중국역사학자 윌리엄 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청은 서양인들이 한때 생각했던 내향적이고 폐쇄된 중국왕조가 결코 아니었다”며 광활한 유라시아대륙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청을 주목한다. 로 교수는 청이 제국주의의 수동적 피해자라기보다 제국주의 행위의 참여자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청이 민족을 초월해 다민족의 세계적 제국을 건설했으며, 중국의 이전 왕조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미국 하버드대가 기획 출간한 ‘하버드중국사’ 시리즈 중 ‘중국 최후의 제국’ 편에서 로 교수는 “청은 중국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했고 몽골족, 여진족, 티베트족, 내륙아시아의 이슬람교 등 비(非) 한족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초월적인 정치적 통일체”라고 평가한다. 청의 영토는 명보다 2배 이상 확대돼 중국역사상 가장 넓었고 청말기 인구는 5억 명이 넘었다.

이 책에는 이밖에 19세기 말 청일전쟁을 비롯해 조선에서 청의 외교에 대한 기존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한다. 조선시대 청나라 지지세력을 보수주의자로, 반대로 친일세력을 진보주의자로 대비시킨 것은 일본 팽창주의자들의 의도적인 선전이며, 청의 외교에서 서구식 제국주의의 실현을 짚어낸다.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G2’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시대, 세계적인 역사학자 티모시 브룩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책임 편집을 맡은 ‘하버드 중국사’ 전 6권 중 한국어판으로 선보인 첫 책이 청나라 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내한에 즈음해 이밖에 시진핑시대의 중국에 초점을 맞춘 중국 관련 도서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는 ‘시진핑, 개혁을 심화하라’(중국 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 편) 및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의 ‘중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탐색’을 펴냈다.

‘시진핑, 개혁을 심화하라’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11월∼2014년 4월 행한 발언, 강연, 지시 등 중요문건 70여 건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시진핑 주석이 “개혁 개방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행하는 ‘한수’”라며 추진해온 개혁의지와 방향을 보여준다. 국내 중국전문가가 저술한 ‘중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탐색’은 개혁 개방 이후 역동적으로 진행되온 중국체제 이데올로기와 시진핑 체제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과 일본의 대립’(아마코 사토시 지음, 이용빈 옮김/한울아카데미)은 일본인 현대중국연구자가 저술한 시진핑시대의 중일관계를 주목한다. 일본과 중국서 각기 센카쿠열도 혹은 댜오위다오로 부르는, 두 나라의 대립과 분쟁을 중심으로 중일관계를 요약하고 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