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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1일(金)
무신론자가 묻고 교황이 답하다
伊 언론 사주와 교황의 대화 “남 개종시키려는 것은 허황”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2013년 9월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의 창립자이자 무신론자인 에우제니오 스칼파리(왼쪽)가 보낸 편지에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직접 답장을 하면서 종교의 의미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바다출판사 제공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 프란치스코 교황·스칼파리 외 지음 / 최수철·윤병언 옮김 / 바다출판사

파격적인 행보가 또 이어졌다. 2013년 9월 11일,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가 실렸다. 무신론자이자 ‘라 레푸블리카’의 창립자 에우제니오 스칼파리가 큰 기대 없이 보낸 편지에 교황이 직접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교황이 언론사에 편지를 보낸 것은 전례가 없었다. 초자연인 것에 대한 믿음과 합리적 이성의 경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스칼파리가 과감하면서도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고, 교황 또한 자신의 시각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현대세계의 모순에 일갈을 던질 수 있는 역량이 있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더구나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교황은 스칼파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10월 1일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관의 작은 방에서 천주교 최고 지도자와 무신론자의 역사적인 만남과 대담이 이뤄졌다.

신간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에는 이런 스칼파리와 교황이 주고받은 편지와 함께 나눴던 대담이 담겼다. ‘라 레푸블리카’는 교황과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를 이어가기 위해 세계적인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파문당한 매슈 폭스, 종교 사학자 아드리아노 프로스페리 등을 참여시킨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책은 이들이 교회가 당면한 쟁점과 해결책, 우리 사회에서의 종교의 의미 등에 대해 쓴 글들도 모았다. 교황의 편지 한 통으로 촉발된 거대한 종교적 논의를 품고 있는 것이다.

스칼파리는 편지를 통해 교황에게 “무신론자도 죄를 지으면 신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교황이 답했다. “누군가가 진지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호소를 하면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따를 것입니다.” 무신론자가 죄를 짓더라도, 진심으로 참회한다면 신이 용서해줄 것이라는 뜻이다. 교황이 무신론자나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양심은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교황은 그와의 대담에서 “남을 개종시키려 드는 것은 실로 허황된 짓이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며 “서로를 알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늘려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 등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황의 발언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청빈의 삶을 지향하고, 사회적 문제에 할 말을 하는 교황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교황은 “지금까지 교회의 지도자들은 추종자들이 아첨하는 말에 넘어가 나르시시스트가 되곤 했다”며 “신하들을 거느리는 궁정 같은 분위기가 교황제도의 나병”이라고 했다. 권력의 사치스러움과 호화로움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또한 “오늘날 가장 심각한 재난은 젊은이들이 겪는 실업과 노인들이 처해 있는 고독이고, 이는 교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종교의 현실 참여를 이끌려 한다.

교황은 등극 당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한 것부터가 파격이었다. 교황명이 유래된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는 청빈과 겸허함, 불의에 대한 고발의 상징이다. 그동안 어떤 교황도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하지 않았지만,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교황의 본래 이름)는 했다. 그리고 실제 지난 1년여간 자신의 이름이 지닌 뜻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전 세계적인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책은 무신론자의 거친 질문에 대한 교황의 답이기에 이런 모습을 더욱 잘 살필 수 있다.

한편, 오는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맞춰 교황의 강론, 대담 등을 담은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따봉, 프란치스코! 교황의 10가지’(위즈앤비즈), ‘교황 프란치스코’(솔), ‘교황 프란치스코의 천국과 지상’(율리시즈),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가톨릭출판사) 등이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 교수, 아르헨티나의 랍비, 한국의 젊은 사제 등 다양한 화자의 입을 통해 교황을 만나볼 수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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