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jaewoo@munhwa.com
연간 발생하는 폭력사건은 35만 건에 이른다. 전체 범죄 가운데 15.4%가 폭력사건이다. 하지만 폭력사범의 75%가량이 50만 원 이하의 가벼운 벌금만 물고 있다. 폭력사범 벌금기준은 1995년 이후 20년 가까이 변화가 없었다. 대검찰청 강력부(윤갑근 검사장)는 폭력 행위에 대한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개선하기 위해 ‘폭행·상해·협박 등 폭력사범에 대한 벌금 기준 엄정화 방안’을 마련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폭력사범에 대한 벌금을 2배로 높이고, 벌금기준도 세분화했다. 폭력사건 실태와 새로 시행된 폭력사범 처벌의 세부적 기준, 삼진아웃제의 성과 등을 알아본다.
1. 처벌 강화하는 이유는
대검이 강력부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폭력사범 삼진아웃제’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폭력범죄 발생 건수가 감소하는 등 일정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진아웃제는 구속·구공판을 결정하는 기준이고, 대부분 폭력사건은 벌금형에 해당해 효과에 한계가 있고, 특히 폭력사범에 대한 벌금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검은 사회 전반에 만연된 폭력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폭력사범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벌금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폭력은 절대 안 된다”, “서로 존중하고 말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대검의 의지다.
2. 7월 시행된 ‘엄정화 방안’이란
대검이 내놓은 ‘폭력사범 벌금기준 엄정화 방안’의 골자는 벌금 액수의 대폭적인 상향이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폭력문화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벌금 액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물가는 약 80% 상승했지만 벌금 기준에는 변동이 없었다는 점도 참작됐다. 대검은 벌금액수를 높이는 동시에 벌금기준도 세분화했다. 폭행 범죄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동기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므로, 이를 기준으로 크게 대별한 뒤 폭행의 정도에 따라 다시 나눠 기타 양형인자를 반영해 가감하는 방식으로 벌금 기준을 세분화·객관화했다. 상해 범죄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다만 협박 범죄는 그 동기보다 협박의 정도, 실행 가능성, 횟수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협박의 정도를 기준으로 대별한 뒤 동기에 따라 세분화하고, 기타 양형인자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설정됐다.
3. 폭력범죄 얼마나 발생하나
폭력사범은 폭행, 상해, 협박, 체포, 감금,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폭력을 수반한 범죄를 말한다. 검찰의 사건처리 기준으로 폭력범죄는 연간 35만 건가량 발생한다. 연도별로는 2006년 28만3527건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2008년에는 40만3324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11년에는 33만9878건까지 줄었다가 2012년에는 35만5184건으로 다시 늘었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범죄 발생건수 194만4906건 중 폭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4%에 달했다. 이는 도교법위반(16.7%)과 절도(15.1%)와 비슷한 수준이고, 사기(12.4%)보다는 높다.
4. 과거의 처벌 기준은
지난 6월 30일까지 적용됐던 폭력범죄 처벌기준은 1995년에 만들어졌다. 검찰이 2∼3월 폭력사범에 대한 벌금 구형량을 분석한 결과 75%가 5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구형됐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구형된 경우는 1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검찰이 폭력범죄 피해자들을 상대로 벌금 액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8%가 50만 원 초과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가해자들에게 부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벌금 액수가 적었던 이유는 20년 가까이 벌금 규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물가 수준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1995년부터 소비자 물가는 78.9%나 상승했지만 벌금 기준은 변하지 않아 지나치게 기준이 가볍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역시 물가 수준을 반영해 결정되는 법원의 환형유치 금액도 올해 3월부터 1일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인상된 바 있다.
5. 새로 시행된 처벌의 세부적 기준
검찰이 새롭게 마련한 폭력사범 처벌기준은 다양한 인자를 반영하고 있다. 폭행·상해 범죄의 경우 범행동기와 폭행 정도에 따라 기준을 세분화했다.
동기와 관련해서는 참작 동기, 보통 동기, 비난 동기 등으로 구분하고 폭행 또는 상해 정도는 경미·보통·중함으로 분류한다. 협박 범죄는 협박의 정도와 실행 가능성 등을 인자로 반영한다. 피해자와 합의했을 경우는 구형량을 줄이지만 2인 이상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형이 가중된다. 검찰은 구체적인 표준 사례를 설정해 실제 적용 과정에서 객관성을 높였다. 예를 들면, 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별다른 이유 없이 길을 막고 시비를 걸거나 술값 등을 지불하지 않은 경우는 참작 동기에 해당되고, 길에서 지나가다 부딪힌 일로 폭력을 행사할 경우에는 보통 동기에 해당되는 식이다.
6. 벌금 액수는 어느 정도인가
검찰은 새로운 시행 기준으로 벌금 액수가 2배 정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기준에 따르면 ‘대화 중 시비 끝에 피해자의 뺨이나 얼굴을 손으로 1∼2회 강타한 경우’는 보통 동기에 보통 정도의 폭행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구형하게 돼 있다. 과거 기준 같았으면 모두 벌금 50만 원 정도에 처해질 사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표준이 벌금 50만 원 이하였다면 새 기준으로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이 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금의 최고 액수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폭행 사건으로 벌금형에 처해질 경우 200만 원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새 기준에 따르면 별다른 이유 없이 피해자의 얼굴을 수 회 때리는 경우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 구형을 하도록 했다.
7. 외국은 어떻게 처벌하나
선진국들은 폭행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더 엄격한 처벌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생하는 주폭 범죄의 경우, 미국에서는 욕설만 해도 즉결심판을 하고 우리 돈으로 수십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폭행을 할 경우에는 징역까지 가능하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폭력을 휘둘러도 대부분 수십만 원 수준의 벌금만을 부과하는 우리보다 처벌 기준이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도 공공장소에서 폭행을 행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을 폭행하는 범죄는 미국 등에서는 대부분 체포해 가중처벌하고 있다.
8. 폭력사범 삼진아웃제란
검찰은 지난해 6월 강력범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폭력사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구속 삼진아웃제’와 ‘구공판(정식재판) 삼진아웃제’로 세분화된다.
전자는 3년 동안 2회 이상 폭력범죄를 저질러 한 차례 이상 집행유예 이상 판결을 받은 자가 이 기간 또 다시 폭력범죄를 저지르면 원칙적으로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구공판 삼진 아웃제는 3년 동안 벌금형 이상 판결을 받은 자가 폭력범죄를 저지르거나 기간에 관계없이 4회 이상 폭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법정에 세워 징역형을 구형하도록 하는 것이다.
A 씨의 경우 3년 이내 벌금 1회, 집행유예 1회 등 총 6건의 폭력전과가 있었고,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피우며 소리를 지르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9. ‘삼진아웃제’의 성과는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폭력사범으로 입건된 36만9779명 중 종전 관행에 따르면 벌금이나 기소유예 등 관대한 처분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1만1282명을 ‘구공판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중 1418명에 대해 ‘구속 삼진아웃제’가 적용돼 구속 기소됐다.
최근 5년간 전체 폭력사범 중 구공판 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4.0% 내외에 그치는 일정한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 1년간 2만2903명이 정식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는 전체 폭력사범 중 약 6.1%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공판 점유율이 27%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제도 시행 이후 전년 동기(38만565명) 대비 폭력사범은 36만9779명으로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 가정폭력은 어떻게 처벌하나
‘폭력사범 삼진아웃제’ 실시와 발맞춰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가정폭력사범 특성에 맞게 ‘가정폭력 삼진아웃제’를 실시했다. 3년 이내 2회 이상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가정폭력을 저지른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방안이다. 상습적으로 또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가정폭력으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경우 등에도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제도 시행 후 3개월간 가정보호처분이나 기소유예 등 관대한 처분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던 가정폭력 사범 370명이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이 구형됐다. 이 중 90명은 구속 수사가 적용됐다. 사안이 경미하거나 합의가 된 경우에도 단순히 기소유예보다는 상담·교육 등 의무 부과를 강제하는 조건부 기소유예를 적극 시행했다.
김병채·김동하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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