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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 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6일(水)
끝없는 사랑, 격변의 시대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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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를 격변의 시대라고 한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관심을 갖지 못해도 정치는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 할 거라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시대였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조선시대의 임금처럼 생각하며 살았던 시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흉탄에 목숨을 잃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국상(國喪)을 치르면서도 앞으로 나라가 어찌 될까 하는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하늘은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위대한 영도자’를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유언비어가 일부 나돌긴 했지만, 체제를 전복하려는 불순세력들의 불평불만일 뿐이었다.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힘차게 전진했던 그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격변의 시대가 배경인 SBS 특별기획드라마 ‘끝없는 사랑’의 도입부는 개인이 맞닥뜨리기에는 대단히 버거운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용의자를 숨겨준 것이 발단이 되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고문과 의문사 그리고 용공사건 조작과 진실 은폐에 이은 강제 징집과 소년원 복역 등의 끔찍한 상황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니던 형 한광훈(류수영)은 군대로 끌려가는가 하면, 동생 한광철(정경호)은 바다에 추락해 생사를 알 수 없게 된다. 엄청난 비극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여고생 서인애(황정음)는 소년원에 수감되어 세상과 격리된다.

그러나 세상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하기만 하다. 한광훈과 서인애 가족의 비극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자신들도 그들과 똑같이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거나, 안기부 실장 박영태(정웅인)에 의해 날조된 것을 모른 채 정부 발표만 믿고 한광훈과 서인애를 불순세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물론 언론도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소년원 출신의 검정고시 합격자 서인애’를 통해 ‘정의사회구현’의 성과를 알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진실을 알리고 싶어 다큐멘터리 촬영에 동의했던 서인애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언론을 역이용하여 복수의 기회를 잡는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서인애는 ‘한국판 테스’ 영화를 준비 중이던 감독에게 발탁되어 영화배우로 데뷔하고도 법대를 다니며 사법고시를 준비한다. 절망에서 일어선 서인애가 분노를 표출하고 세상과 맞서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강제 징집된 한광훈은 5·16군사정변에 동참했던 천태웅(차인표) 장군을 도와 자신에게 붙은 ‘용공’ 딱지를 떼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면서 서인애와 멀어진다. 바다에 추락했던 한광철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일본으로 밀항해서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재일교포 재벌 손 회장의 오른팔이 되어 한국에 돌아온다. 천태웅 장군과 함께 정치권을 요리하는 한광훈, 손 회장의 도움으로 신시가지 건설에 참여하면서 경제계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한광철의 대립과 갈등은 형제의 차원을 뛰어넘어 시대의 아픔을 환기시킬 것이다.

이 드라마가 1980년대 초반의 비극적 역사를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 40부작 가운데 이제 4분의 1 지점을 지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은 우리가 이미 살았던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서인애와 한광훈 형제는 개인이 아니라 격변의 시대를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객관적 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배경인 만큼, 극적 상황에 쉽게 감정 이입되는 것을 조심해야만 한다.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청해야만,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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