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장 紀行>세계 100大코스 겨냥 설계·조성… 회원제 뺨치는 퍼블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크리스탈 카운티 골프장의 크리스탈 코스 9번홀(왼쪽)과 카운티 코스 9번홀 그린은 연못을 사이로 마주 보게 배치돼 쌍둥이 홀로 불린다. 크리스탈 카운티 골프장 제공

충북 진천의 크리스탈 카운티 골프장은 퍼블릭이지만 여느 회원제 못지않은 코스로 각광받는 곳이다. 주말 오전 7시 30분 티타임에 맞추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오전 5시 30분 넘어 출발했다. 중부고속도로 진천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골프장에 도착하니 채 7시도 안 됐다. 출발할 때의 선입견과 달리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곳은 경기 가평의 회원제인 크리스탈밸리CC를 운영하는 홍광표 회장이 부지매입에서부터 완공할 때까지 동분서주하며 손수 만든 골프장이다.

홍 회장의 본업은 의사다. 세란병원을 경영해오던 중에, 공사중단 중이던 크리스탈밸리CC를 인수해 재공사 끝에 명문골프장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고교선배인 홍 회장에게서 새로 만든 크리스탈카운티CC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100대 코스에 올려 놓고 싶다며 깨끗한 자연 그대로의 코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들은 바 있다. 설계는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 등을 설계한 골프플랜사에 의뢰했지만 실제의 조성공사는 홍 회장의 지휘로 만들었다.

9홀 단위의 크리스탈코스와 카운티 코스는 서로 전혀 다른 맛이 난다. 크리스탈 코스가 우아하고 섬세하다면 카운티 코스는 도전과 모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골프장에 도착해 보니 로커와 식당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최근 골프장 증가로 이용객 수가 줄어든 추세와는 달리 ‘풀 부킹’이 됐다는 매니저의 설명을 들었을 때 “코스가 어떻길래”라는 호기심까지 자극했다. 크리스탈 코스를 돈 다음 카운티 코스를 돌았다. 보이는 것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도전적인 홀들이 각기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 플레이의 신선함과 독창성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4개의 파5홀 가운데 크리스탈 코스 3번홀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파5홀들은, 국제적인 대회를 치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도전과 모험을 주기에 충분했다. 크리스탈코스의 5번홀은, 티잉그라운드의 우측 자연림을 그대로 살려두고 그린이 좌측 산등성이의 뒤쪽에 있음에도 좌측 능선을 최대한 살려두는 배려를 했다. 보이는 코스만을 쫓아 공략하면 지극히 평범한 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측 자연림에 가려져 있는 코스의 실제 모습을 그리면서 티샷을 하는 방법으로 코스를 정복하게 되면 설계자가 왜 홀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수긍이 되는 흥미진진한 홀이다. 또한 해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18번홀 티잉그라운드를 연상시키는 카운티 코스의 1번홀도 결코 범상치 않았다.

홀 길이가 585m로 길다는 것 외에도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IP지점을 찾기 어렵고, 세컨드 샷 지점에 이르러서도 경사진 좁은 페어웨이 때문에 공략지점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세 번째 샷 지점에서도 그린이 까다로운 2단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알아차릴 수 없었다. 골프 샷이 추구하는 ‘멀리 그리고 정확히(Far and Sure)’ 중, 어느 쪽이 더 관건이 되는지를 저절로 느끼게 하는 홀이다.

플레이를 마치고 나니 계열골프장인 크리스탈밸리CC보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회원제도 아닌 대중제 골프장에도 이런 매력적인 코스를 만들었다니 놀라웠다. 그 동안 우리나라 골퍼들 대다수가 대중골프장의 시설은 회원제골프장의 그것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플레이를 끝내고 나니 회원제골프장과 대중골프장의 차이에 관한 이와 같은 종전의 생각들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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