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황에 중복 制裁로 빈사 상태 이른 건설업계의 비명

우리나라 건설업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 외화 획득과 국토 개조의 주역이었고, 한편 비자금과 담합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영욕을 딛고 세계 최고의 시공·설계 능력을 갖추는 등 글로벌 일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초대형 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여전히 외풍에 휘둘리고 비리 소지도 적지 않다.

최근 건설업계에는 경기 불황에다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쳤다. 지난 정부의 국책 사업과 관련된 중복 제재(制裁)는 발등의 불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경인운하 등과 관련된 담합 판정으로, 최근 2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500여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다른 건으로 하반기에도 3000억 원의 과징금과 고발 조치가 나올 예정이다. 공정위, 검찰, 발주처, 조달청 등으로부터 3중, 4중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담합 판정이 확정되면 최대 2년 간 공공공사 입찰 참가가 제한되며, 해외 수주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이미 일본, 중국 등 경쟁업체들이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시장질서 교란 범죄에 대해서는 응당한 처벌이 당연하다. 그러나 건설업이 처한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건설사 대표들은 23일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관행화된 입찰 담합에 대해서는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중복 제재나 과중한 과징금은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건설업계의 비명(悲鳴)을 단순히 책임 회피를 위한 엄살로만 보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