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곡성51% ― 광주 광산을22%… 호남 民心, 투표율로 野 심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당선 축하 기념 촬영 7·30 재·보궐선거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31일 오전 자전거를 타고 순천시 역전시장 일대를 돌며 상인들과 인사를 하던 도중 한 시민의 요청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의원이 전남·광주지역에 26년 만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것은 그동안 당명만 보고 ‘묻지마 투표’를 해온 호남 유권자의 민심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의원이 출마한 순천·곡성의 투표율은 이번 재·보궐선거 15개 지역의 평균 투표율 32.9%보다 18.1%포인트나 높은 51.0%를 기록, 전국 최고 투표율을 보였다. 이 의원은 득표율에서도 거의 절반인 49.4%를 얻었다. 새누리당 계열의 정당이라면 ‘꼴도 보기 싫다’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한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은 22.3%로 전국 최저였다. 공천 파문과 재산 축소 신고 논란 등을 겪었던 권 의원이 ‘텃밭’에서 승리는 했지만 유권자로부터는 외면을 받은 셈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승리는 ‘막대기만 꽂으면 바보도 당선된다’는 새정치연합의 안일한 인식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호남 유권자들이 이제는 영남 기반 정당이라도 인물이 좋으면 찍을 수 있다는 표시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권 의원이 비록 당선은 됐지만 낮은 투표율은 새정치연합과 후보에 대해 싸늘해진 광주 민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이전 어느 선거 때보다 호남에서 선전했다. 전남 나주·화순에 출마한 김종우 새누리당 후보는 신정훈 새정치연합 후보와 맞붙어 22.2%를 득표했고,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 나선 이중효 새누리당 후보도 18.7%를 득표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불모지인 호남 교두보를 확보했다”면서 “2016년 20대 총선 때에는 영남에서 호남정당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4지방선거 때 김부겸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 간판으로 대구에 출마해 40.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