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부골프장에서 티샷이 가장 편안한 홀인 오르막 지형의 14번 홀(파4) 전경. 남부골프장 제공
경기 용인의 민속촌과 맞닿아 있는 남부골프장은 한때 필자가 가장 자주 다녔던 골프장이다. 산수가 빼어난 곳에 자리하지는 않았다. 골프장의 주변 풍광이 수려하지도 않다. 골프장으로 처음 조성될 무렵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근 지역이 개발되지 않아 전원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골프장 주변 곳곳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섰다. 설계한 사람이 유명한 것도 아니고, 화려하고 웅장한 클럽하우스를 가진 것도 아니다. 골프장의 잔디는 사시사철 푸른 양잔디도 아닌 평범한 한국형 잔디다. 얼른 보면 내세울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황제회원권’으로 불릴 만큼 회원권이 가장 비싼 곳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보통의 골퍼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골프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왜 그럴까?
들어설 때와는 달리 도시와는 격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로변에 있는데도 자동차 소음을 듣기 어렵다. 골프장 주위를 산들이 감싸고 있어 분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잘 다듬어진 소나무들과, 조성할 때는 모두 10년생도 안 되는 것들이었던 벚나무나 메타세쿼이아 등의 조경수들이 골프장의 역사와 더불어 숲을 이루고 있는 까닭이다. 벤트그라스도 아닌데 페어웨이는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퍼팅 그린의 주변에서는 흙이 안 보인다. 홀을 지나면 지날수록 ‘관리를 참 잘한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남부골프장은 봄이 되면 가장 화사해진다. 특히 영산홍이 많이 심어져 있다. 곳곳에 벚나무나 자두나무, 살구나무, 홍매화 등이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번 홀을 지나 2번 홀로 이동하는 길 주변에 심어진 산수유가 필 무렵이면 봄의 전령을 만난 듯 반갑고 흐뭇해진다. 3번 홀은 비교적 거리가 긴 파 3홀이다. 3번 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기분이 좋아진다. 퍼팅 그린 뒤에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좋기 때문이다.
11번 홀은 155m의 비교적 짧은 파 3홀이다. 그린 주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아일랜드 홀’이다. 이곳을 대표하는 홀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바람이 없는 날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서 주변의 경관을 살펴보노라면 마치 신선이 된 양 황홀하고 자연스러운 풍광이 펼쳐진다.
골프를 알기 전에는 산을 좋아했었다. 에베레스트, K2 등 히말라야의 준봉들보다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반드시 가보리라고 생각했던 산이 있었다. 바로 카일라스 산이었다. 카일라스는 단순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신비의 대상이었고 깨침의 대상으로 비춰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골프를 하면서 골프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깨침의 대상이고 도량의 장임을 느꼈다. 그래서 길이가 383m나 되는 파4 홀인 16번 홀에 대해서는 ‘카일라스’라는 별명을 붙여 놓고 있다.
18번 홀은 394m의 파 4홀로 티잉그라운드에서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마지막 팀으로 티 오프라도 한다면 석양 무렵에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클럽하우스가 정말 평화스러워 보이는 곳이다. 그런 때에는 마치 18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자신이 샹그릴라에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홀에 대해서는 ‘샹그릴라’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있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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