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질식 아닌 구타에 의한 쇼크사”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기도폐쇄에 따른 질식사가 아닌 무차별 구타에 의한 쇼크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일병 사망사건을 재수사 중인 군의 한 관계자는 7일 “선임병들의 집단폭행으로 숨진 윤 일병의 몸에서 차에 심하게 치였을 때 나타나는 교통사고 수준의 엄청난 피멍이 발견됐다”며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질식사가 아닌 폭행으로 인한 쇼크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8사단으로부터 이번 사건 수사 및 재판 관할을 넘겨받은 3군 사령부는 추가 보강수사를 거쳐 기존의 상해치사 혐의 대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일병이 숨진 지난 4월 7일 이뤄진 첫 검시 보고서에는 가슴과 복부에 가로 29㎝, 세로 54㎝ 크기의 커다란 멍이 발견되는 등 온 몸에 피멍과 출혈 흔적이 명시돼 있다.

또 이튿날 국방과학수사연구소가 실시한 부검 감정서에는 ▲좌우 갈비뼈 14개가 부러졌고 ▲위·간·비장 등 복부 장기가 파열됐고 폐·심장·옆구리에 피가 고여 있으며 ▲뇌에서는 가로 5㎝, 세로 2㎝ 크기의 멍과 부종이 나타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부검 기록에는 특히 등 부위에 붉은 멍이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멍의 크기는 등 부위에 가로 16㎝, 세로 15㎝ 크기인데, 이는 근육이 끊어질 때 생기는 신체적 현상이다.

등 부위 외에도 배와 오른쪽 어깨 등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도 가로 4.5㎝, 세로 0.1㎝ 크기의 찰과상이 나타났으며, 다른 부위에선 부은 흔적도 기록돼 있다.

이는 윤 일병이 사망 당일 9시간 동안 선임병들에게 집단폭행을 통해 생긴 상처이거나 전입 후 35일 동안 맞았던 상처가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부검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면 윤 일병의 가슴과 복부 부위에 형성된 커다란 멍 이외에도 좌우 갈비뼈 14개가 부러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에 대해 좀 더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복부와 가슴 부위에 생긴 멍 자국 일부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부검기록을 확인한 결과 흉부를 압박하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멍 자국이 복부와 가슴 부위에 남은 것도 있다”며 “쇼크사의 경우 몸속 장기가 위축되는 데 반해 부검 기록에는 그와 같은 흔적이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군의 법의학 관계자는 “부검 소견서에 따르면 갈비뼈 14개 중 13개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부러진 것으로, 폭행 시 부러진 갈비뼈 1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부러지는 갈비뼈는 보통 2∼3개에 불과하다”며 “구타로 이미 상당수 갈비뼈가 금이 갔거나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상태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