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孔子의 교훈과 進步의 역행

한강우/전국부장

지난주 여름 휴가를 이용해 중국을 찾았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로 들어가 베이징(北京)으로 나오는 코스였지만 주 방문지는 산둥성 타이안(泰安)과 취푸(曲阜), 저우청(鄒城)이었다. 모두가 유학이나 유교 문화와 관련이 있는 곳이다. 타이안은 공자를 비롯한 수많은 선비가 찾았던 중국의 명산 태산이 있는 곳이고, 취푸는 공자의 고향, 저우청은 맹자의 고향이다. 이 가운데 공자의 사당 공묘(孔廟)가 있는 취푸는 유교의 총 본산이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수도로 번영을 누린 뒤 2500년 간 유교의 발상지로서 막강한 위세를 떨쳤다.

인구 70만의 소도시에 불과한 취푸의 공묘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당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2500년 전 공자 사후 그를 기리는 사당은 겨우 3칸의 방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공간이었으나 2200년 동안 증축을 거듭하면서 지금은 남북 1㎞, 총면적 2만㎡의 거대한 사당으로 변했다. 한나라 이후 역대 왕조마다 유교를 국교로 삼고, 황제들이 직접 공묘를 찾아 건물을 추가하거나 비석을 세움으로써 자신의 덕을 과시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자가 항상 이런 환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예(禮) 전문가’ 공자는 늘 기피 대상이었다. 충(忠)과 의(義). 예법과 도덕을 앞세우는 그의 사상이 백성을 다스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교범이지만 이미 세상을 다 얻은 왕이나 황제들이 스스로의 향락을 즐기는 데에는 장애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공자는 50세와 56세 때 잠시 동안 자신이 태어난 노나라에서 임시 재상을 두 차례 맡은 것이 고작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중용해 주기만 하면 능력을 십분 발휘해 주나라의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부활시키리라는 꿈을 품고 천하 유세에 나섰지만 아무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임금이 임금 같지 않고, 신하가 신하 같지 않으며, 백성이 백성 같지 않아서 일어나는 혼란을 막고자 했던 그는 자신을 유교의 비조(鼻祖)로 만들어준 ‘춘추’의 저술로 생전의 한을 풀었다.

공자가 배척당하기는 신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산화 이후 그는 청산 대상으로 바뀌었다. 특히 반(反)공자 운동이 절정에 달한 1960∼1970년대 문화혁명 시기, 마오쩌둥(毛澤東)의 행동전위대 홍위병들은 ‘사구타파(破四舊, 옛풍속·옛사상·옛관습·옛문화 타파)’라는 명목으로 공자와 취푸 도시 전체를 무자비하게 파괴했다. 공자는 물론 공자가 태어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질 뻔한 위기를 겪었다.

공자에 대한 기피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0여 년 전 이땅에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유행했다.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의 도덕이었고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이라는 비판에서였다. 요즘 강경파로 불리는 야당 의원들의 행태와 막말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들이 영웅처럼 떠받드는 김영오 씨의 과거와 최근 언행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 보려던 많은 사람이 등을 돌리게 만들 정도다. 오죽하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어느 교수가 최근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책까지 냈을까. 생각에 차이가 있더라도 이를 품격 있게 표현하고, 남을 비판할 때는 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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