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글과 요즈마펀드가 인정한 한국의 벤처 잠재력

미국 구글과 이스라엘 요즈마펀드가 잇달아 한국을 차기 블루칩으로 꼽으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구글은 27일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지원을 위한 전용공간인 ‘캠퍼스 서울’을 내년 초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이스라엘에 이어 3번째, 아시아에선 최초다. 창업을 위한 멘토링, 투자자 중개, 구글 플랫폼·기기 및 글로벌 네트워크 지원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2012년 문을 연 ‘캠퍼스 런던’은 지금까지 274개 스타트업이 3400만 파운드(약 57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기여했다. 61개국 3만 명의 젊은이가 회원으로 참여, 전세계 IT 두뇌들이 아이디어와 열정을 나누고 키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구글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그런 구글이 한국을 낙점한 것은 장래 이득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세계를 뒤흔들 중요한 아이디어는 서울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요즈마그룹도 국내 벤처기업에 향후 3년 간 1조 원 이상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구글 캠퍼스가 창업 노하우를 전수한다면, 요즈마펀드는 실탄을 제공하는 셈이다. 요즈마 측도 한국 바이오·통신 분야 등의 창업 기업이 글로벌화할 가능성을 크게 봤다. 1993년 이스라엘 정부 투자금 1억 달러로 출발한 요즈마펀드는 이스라엘을 벤처 천국으로 이끌었고, 이젠 글로벌 벤처 투자의 큰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벤처기업 설립 등 도전적 창업 비중이 34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벤처 아이콘들의 한국 잠재력 인정과는 딴판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공통점은 불가능해보이는 아이디어를 받아주고, 실패를 자산으로 껴안는 문화다. 국내에선 실패자라는 낙인과 연대보증의 덫에 치여 재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구글·요즈마펀드의 투자는 선진 창업 테크닉을 접할 기회다. 나아가 한국 IT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하고 글로벌화하는 촉매도 될 것이다. 그중 핵심은 도전과 실패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