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 1000개 시대>사회적기업에 조리비법 전수하는 호텔 셰프들

지난 2009년 시작된 ‘SK 프로보노(재능기부)’ 활동이 사회적 기업가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워커힐호텔 소속 조리팀이 도시락·급식사업 등 조리 기술이 필요한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에게 ‘종갓집 시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워커힐호텔의 조리 명장들이 전달해 주는 ‘맛의 비결’은 식품 관련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단비와 같다.

워커힐호텔 조리팀의 프로보노 활동은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체계를 갖춘 상태다. 1차 미팅을 통해서 참가자들이 주로 자문을 받고 싶은 영역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뒤 교육을 실시한다. 워커힐호텔 조리팀 홍준기 과장은 “1년 차에는 한식·중식·일식 중에서 유명 메뉴 몇 가지를 지원자들과 함께 요리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자신들이 일하는 사회적기업과 분야가 맞지 않는 경우에는 집중도가 떨어졌다”며 “요즘은 어떤 요리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재료인 소스 제조법 등을 중심으로 교육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음식 분야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프로보노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놓칠 수 없는 고급 교재다. 올해부터는 조리장과 대화 시간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일단 한번 워커힐호텔 조리팀 프로보노들이 찾은 업체에서는 지속적으로 방문해 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다. 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된 교육은 상반기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하반기에는 강의의 수준을 높여 조리법을 세분화하고, 조리법에 맞는 메뉴를 골라 진행하는 등 심화 교육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워커힐호텔의 조리팀 프로보노는 조리장, 부조리장 등 대리급 이상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받고 있는데 참가 인원은 어느새 50명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직접 사회적기업을 찾아가 작업장 환경을 꼼꼼히 체크해 조언을 하고, 함께 회의하면서 새로운 메뉴 개발을 돕기도 한다.

홍 과장은 “우선 기술과 상품성이 개선돼야 하는데 의욕이 앞서는 분들이 많다”며 “기본에 충실해 고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품질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