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인권위 “판사 막말, 피고인 인격침해” 해당 판사 “사법권 독립 저해한다” 반발

판사가 피고인에게 막말을 퍼부은 것은 피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해 해당 판사가 재판은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 자체적인 감사나 언론의 견제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사각지대나 다름없던 재판 과정에서의 막말에 대해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조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당연히 조사범위에 포함된다’는 의견과 ‘사법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는 재경지법 A 부장판사가 피고인에게 막말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해당 지방법원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 판사는 지난 2012년 10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 씨에 대한 1심 재판 2차공판을 진행하면서 수차례 반말을 하거나 진술을 제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A 판사는 B 씨 등 피고인과 증인의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재판이 장난이야, 지금 장난치는 거야”라고 소리쳤으며, B 씨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자 “지금 녹음하는 거 아냐”라며 윽박질렀다.

B 씨를 고발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B 씨의 선거를 도운 선거운동원 등은 인권위 조사에서 “B 씨가 법정에서 구속될 때 A 판사가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구속시켜’라는 말만 남기고 벌떡 일어나 법정을 떠났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진술 등을 토대로 B 씨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A 판사로부터 수차례 반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꼈다면 명예 감정이 훼손된 만큼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A 판사는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조사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인권위의 서면진술서 제출마저 거부하며 강력 반발했다. A 판사는 오히려 사법권 독립을 저해하는 인권위에 향후 적절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 판사는 2월 명예퇴직했고, 인권위는 이에 따라 소속 기관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권고하고 사건을 일단락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