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팽목항 “차마 송편 삼키지 못하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추석을 닷새 앞둔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과일과 떡 등 음식이 담긴 접시가 놓여있다.

“봄에 남편을 잃어버렸는데 가을이 다 되도록 찾지 못했단 생각에 송편 먹다가 삼키지도 못하고 통곡했어요.”

3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유백형(여·53) 씨는 전날 안산온마을센터 측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체육관으로 송편 등 떡을 보내온 사연을 전하다 울먹였다. 그는 실종된 안산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부인이다.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송편이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 생각에 제대로 송편을 삼킨 사람이 드물었다고 한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 황지현(17) 양의 아버지 황인열(51) 씨는 “추석은 우리에게 겨울이 더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의미예요. 그만큼 저 바닷속에 있는 내 자식이 더 추위에 떨어야 하고, 봄에 잃어버린 내 딸 아이의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희망마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의미죠”라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실종자 가족들은 각자의 집에서 추석 송편을 빚으며 도란도란 행복을 꽃피웠었다. 단원고 2학년 허다윤 양을 기다리고 있는 허흥환(50) 씨는 “추석에 가족끼리 송편을 빚으면서 다윤이가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데, 엄마 아빠는 송편도 예쁘게 못 빚으면서 어떻게 나처럼 예쁜 딸을 낳았냐’고 애교를 떨던 게 생각난다”며 “지금은 그저 추석이 지나면 추위가 찾아와 수색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두려움뿐”이라고 말했다.

추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진도 실내체육관의 분위기는 애처롭기만 했다. 수십 개에 이르던 천막도 모두 사라지고 가족 및 자원봉사자 식당과 조계종·천주교 등 종교단체 천막 4∼5개만 남아 있다. 24시간 운영되던 약국은 9시간만 운영키로 결정되면서 밤이 되면 문을 닫는다. 자원봉사자도 30여 명이 전부다. 실종자 가족들은 추석 연휴에도 팽목항과 체육관을 지킬 계획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고향에 다녀오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봉사자들은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 체육관에 남을 예정이다. 체육관에서 물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남상우(34) 씨는 “연휴를 맞아 가족들을 보러 가고 싶지만,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팽목항도 쓸쓸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을 보여주듯, 등대 옆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은 색이 바래 검은빛을 띨 정도였다. 바닷속 실종자들을 위해 난간 가득히 쌓여있던 음식도 모두 사라진 채, 떡과 사과, 포도 등 추석 음식 한 접시만이 덩그러니 남아 가을비에 젖고 있었다. 팽목항 좌우를 가득 채웠던 자원봉사자들의 천막은 전부 사라졌고, 지난 1일에는 실종자 가족을 위한 식당마저 철거됐다.

진도 = 글·사진 김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