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600일 앞둔 최태원 회장 “모든 것이 내 탓… 죄송한 마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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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오는 23일 수감 600일을 맞는 가운데 대기업 회장으로서 최장 수감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는 최 회장에게 경제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법무부와 SK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1일 1심 공판에서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은 23일로 수감 600일을 맞는다. 1년 8개월여의 수감생활은 대기업 회장으로서는 최장기 기록이다. 대기업 회장 가운데 종전 최장기 수감은 2006년 4월 항소심에서 3년 선고를 받고 2007년 2월 대통령 특사로 사면될 때까지 약 10개월 실형을 살았던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가장 긴 기록이었다.

SK그룹은 회장의 장기부재에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 전체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SK 내부에서는 장기 경영공백에 따른 실적 저하 우려만큼이나 오랜 수감생활로 인한 최 회장의 건강악화 염려도 커지고 있다.

교정당국과 SK 등 주변 증언을 종합해 보면 최 회장은 고질적인 요통과 시력 저하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좁은 독방에 장시간 앉아있고, 맨바닥에 매트리스 하나 깐 채 잠을 자다 보니 평소에도 좋지 않았던 허리의 통증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것. 어두운 교도소 안에서 성경 공부와 독서에 몰두하다 보니 시력도 매우 악화된 상태라는 게 최근 최 회장을 면회하고 온 이들의 전언이다.

김영태 SK그룹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사장)은 “흰머리가 많이 늘어 뵙기에 반백이 넘을 정도라 건강이 걱정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서울구치소에서 의정부교도소로 옮겨 온 뒤 매일 오전 6시 30분 일어나 오후 9시에 취침하는 통상의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다른 그룹 회장들이 와병 등을 이유로 흔히 구치소 밖에서 재판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최 회장은 “모든 것이 내가 주변관리를 충분히 못해 생긴 일”이라며 교도소에서도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면회를 다녀온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 이 일로 상처받고 마음 아파하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하더라”며 “수형기간이 2년이 다 돼가다 보니 심신이 무척 지쳐 보였다”고 말했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5월 의정부교도소로 이감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일반 재소자와 전혀 차별 없이 모범적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수감 중에도 지난해 받은 보수 중 세금을 제외한 187억 원 전액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업 활동에 기부해 최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성열·박정민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