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스페이스 투어’ 꿈이 현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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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한자로는 중추절이고 우리말로는 한가위다. 추석 하면 으레 가을 저녁의 보름달을 떠올린다. 지구에서 달까지 평균거리는 38만4400㎞.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오동추야 달은 밝고, 강강술래” 같은 민요도 그렇고, 삭(朔·달이 안 보이는 음력 초하루)과 망(望·달의 전면이 보이는 음력 보름)의 절기에 맞춰 살아갔던 우리 조상들에게 달은 소망이자 신앙의 대상이었다. 한민족에게 달은 기울었다 차고, 다시 기울었다 차는 우주적 생명력의 상징이었다.

달과 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지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스페이스 투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요즘 추석연휴에는 해외여행객들로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지만, 앞으로 몇년 후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스페이스 포트(우주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우주 여행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중력 체험, 준궤도비행, 궤도비행, 달착륙 여행 등을 내걸고 고객 모집에 나서는 업체도 곳곳에서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로켓 발사에서 인공위성 제작, 우주정거장 화물·우주인 수송, 우주 관광에 이르기까지 오는 2040년쯤 전체 우주시장 규모는 2조 달러(약 203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중적인 우주관광 사업은 버진 갤럭틱이 선두 주자다. 사실 시장 자체가 워낙 ‘모험적’이어서 중간주자, 후발주자가 뚜렷하게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버진 갤럭틱은 고객 확보면에서 볼 때 독보적 존재다. 버진 갤럭틱은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63) 버진그룹 회장이 지난 2004년에 세웠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바르 투자그룹이 31.8%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앨런 머스크(43)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 X도 우주관광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실 버진 갤럭틱의 우주관광 상품은 궤도비행이 아닌 준궤도비행이다. 지구에서 110㎞ 상공으로 올라가 5∼6분 정도 지구를 바라보게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진짜 우주를 여행한다기보다는 지구와 우주의 경계에 가보는 상품이다. 비행은 두 단계로 나눠진다. 먼저 모선인 화이트나이트2 비행선이 15㎞ 상공에서 6인승 우주선인 스페이스십2를 분리 발사한다. 분리된 스페이스십2는 자체 로켓 장치를 가동해 110㎞ 고도까지 상승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브랜슨 회장은 “2014년은 최초의 상업우주여행시대가 열리는 역사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민간 우주여행업체인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도 링스 우주 관광선을 100㎞ 상공까지 띄워 25분 동안 머무르는 상품을 내놓았다.

스페이스 X는 버진 갤럭틱과는 다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무인 화물우주선 드래건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세 차례나 성공적으로 보냈던 스페이스 X는 로켓 발사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나사(미 항공우주국) 등 각국 기관으로부터 50여 건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지난해 12월에는 로켓 발사체 팰컨-9으로 정지궤도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민간회사가 자체 개발한 발사체가 상업용 정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기는 처음이었다. 스페이스 X는 위성 발사에 보통 1000억 원 정도 요금을 받는다.

역시 실리콘밸리의 괴짜라는 별명을 가진 머스크 회장은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다. 그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미 뉴욕까지 2시간 정도에 주파하는 초음속 진공열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발표한 꿈 많은 혁신적 모험가다. 머스크 회장은 2016년에는 준궤도가 아닌 궤도비행 우주관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50) 회장은 2000년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다.

베조스 회장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발사체를 통한 본격적인 궤도비행 우주관광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는 민간인에게 돈을 받고 ISS에 체류시키는 사실상의 국영 우주여행 영업을 하고 있다.

우주여행은 기업체 마케팅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업체 랜드로버는 버진 갤럭틱과 제휴해 우주관광 공모 신차 출시 이벤트를 발표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도 지난 6월 미국의 민간 우주여행 업체인 스페이스 어드벤처스와 합작해 59만9999위안(약 9943만 원)의 저가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수직발사 우주선을 타고 100㎞ 상공까지 올라가 무중력상태를 체험하고 우주공간을 둘러보게 된다. 첫출발은 내년 중으로 예정됐으며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발사체로 이용할 계획이다.

우주여행 업체들의 시선은 나사의 ISS 우주인 수송 프로젝트, 일명 ‘우주택시’ 입찰 결과에 쏠려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우주왕복선 시대를 마감한 나사는 2017년부터 민간업체에 운임을 주고 ISS로 우주인을 실어나를 예정이다. 그동안 나사는 좌석 1개당 7000만 달러(약 710억 원)를 내고 러시아 우주선을 빌려 썼다.

스페이스 X를 비롯해 블루 오리진, 시에라네바다 코퍼레이션, 보잉사 4개사가 입찰서를 냈다. 스페이스 X는 캡슐 형태인 드래건 V2를,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 비히클을 우주선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보잉사는 CST-100, 시에라네바다 코퍼레이션은 드림 체이서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1∼2개 업체가 선정되는 입찰 결과는 9월중 발표된다. 나사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된 승자는 미래 우주여행 시대의 지배적 사업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