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수입과자는 ‘소금과자’… 나트륨 하루 섭취량 ‘훌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기념일 선물 등으로 수입과자들이 많이 사용되는 가운데, 수입과자의 나트륨 함량이 국산 과자에 비해 월등히 높아 소비자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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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제과회사 간부인 윤명수(50) 씨는 얼마 전 고등학생 딸이 생일선물로 받았다며 가져온 수입과자를 맛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과자가 너무 짜서 먹기가 매우 불편했던 것이다. 최근 자신의 회사를 비롯해 국내 식품업체들이 건강을 이유로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더욱 짜게 느껴지기도 했다. 윤 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수입과자이면서 가격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동남아 등에서 들어온 수입과자를 생일 등 기념일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아이가 가져온 수입과자를 맛보고 말 그대로 ‘소금과자’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과자는 한 봉지만 먹어도 일일 나트륨 섭취 기준을 넘어서는 것도 있어 아이들을 키우는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과업계에 따르면 일부 수입과자의 나트륨 함량이 100g당 2000㎎을 넘어서는 등 나트륨 함량이 국산 과자의 최고 5배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많이 유통되는 20종의 수입과자를 대상으로 100g당 나트륨 함량을 조사한 결과, 독일에서 수입되는 스낵 ‘후버 미니 브레첼’의 경우 나트륨 함량이 무려 22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 과자류의 나트륨 함량이 100g당 평균 450∼680㎎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과자 한 봉지(40g)에 들어 있는 나트륨 함량도 880㎎에 달해, 과자 한 봉지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 일일 나트륨 섭취량 기준(2000㎎)의 절반가량을 먹게 되는 셈이다. 한 명이 한 번에 평균적으로 먹는 과자 분량을 표시하는 ‘1회 제공량’당 나트륨 함유비율도 44%나 됐다.

일본에서 들어오는 ‘베이비스타 스파이스 치킨’도 100g당 나트륨 함량이 1200㎎이나 됐다. 한 봉지(85g)에 들어 있는 나트륨도 무려 1020㎎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을 넘어서는 분량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이 과자는 포장지에 아이가 그려져 있는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어서 초·중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필리핀산 스낵인 ‘치즈볼’은 100g당 나트륨 함량이 1267㎎, 미국산 ‘브림스 어니언링’ 스낵은 1179㎎, 이탈리아 과자인 ‘쏠티드 크래커’도 1111㎎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이밖에 ‘콤보스(미국산, 100g 당 1100㎎)’ ‘앤더슨 미니 트위스트 프레즐(미국산, 1080㎎)’ ‘케틀 쿡 포테이토 칩 할라피뇨(미국산, 1071㎎)’ ‘치토스 퍼프(미국산, 1071㎎)’ ‘아미카칩스 케첩맛(이탈리아산, 1000㎎)’ 등 많은 수입산 과자들의 나트륨 함량이 1000㎎을 웃돌고 있다. 나트륨 함량이 낮은 수입과자(리고 치즈맛 크런치, 미국산, 446㎎)도 일부 있었으나, 대부분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이다.

수입산 과자와 비교하면 국산 과자들의 나트륨 함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국내 303개 과자류를 대상으로 100g당 나트륨 함량을 조사한 결과, 빙그레의 ‘스모키 베이컨칩’과 ‘야채타임 딥’이 각각 800㎎으로 나왔고, 농심의 ‘알새우칩’은 743㎎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오리온의 ‘왕고래밥 볶음양념맛’은 100g당 875㎎, 빙그레 ‘꽃게랑 오리지널’은 767㎎ 등이었다.

황진희 식약처 영양안전정책과 연구관은 “아무래도 스낵류의 경우 술안주 등으로 많이 먹기 때문에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짜게 먹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국물 문화권’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고, 일반 음식으로 보면 외국인들이 더 짜게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음식의 ‘짠맛’ 정도에 대해 이를 규정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람들의 입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일 섭취량을 권고는 할 수 있어도 나트륨 함량을 강제 기준으로 설정해 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짠 음식에 대한 위해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나트륨이나 당의 함량을 낮추는 ‘저감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식품업계 역시 저염 또는 저당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대상FNF 종가집은 나트륨 함량을 50%로 줄일 수 있는 공법을 개발해 ‘매일매일 건강한 김치’라는 신제품을 최근 출시했고, 아워홈 역시 기존 김치보다 나트륨 함량을 절반 이상 줄인 ‘손수담은 아삭김치’를 출시했다. 신송식품도 기존 고추장보다 염도가 17% 적은 ‘짠맛을 줄인 순쌀 태양초 고추장’을 선보였다.

식약처는 짠 음식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 과자류에 대한 나트륨 함량 등에 대해 일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실태조사와 실험조사를 거쳐 올 연말쯤 과자류에 대한 적정 나트륨 함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