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방미 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 측과의 협의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10시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기 위해 청사 내부로 향했다. 이날 오전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집무실에 없었다. 케리 국무장관은 전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라크 평화·안보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이날 오후 국무부로 출근해 참모들과 회의를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한국의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김 실장이 미국의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한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케리 국무장관이 파리 회의 때문에 국무부에 없었고, 국무장관 부재 시 부장관을 면담하는 것이 관례라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와서 국무장관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언뜻 쉽게 와닿지 않았다. 이날 오후 김 실장은 케리 국무장관과 엇갈려 다시 14시간에 걸쳐 한국으로 돌아갔다.
만나지 못한 사람은 케리 국무장관만이 아니었다. 김 실장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김 실장이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지 못한 이유가 또 궁금해져 다른 외교 소식통에 물음을 던졌다. 그는 “요즘 헤이글 국방장관이 워낙 바빠서, 알다시피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도 짜야 하고, 16일에는 의회에서 IS와 관련된 중요한 청문회가 열려서…”라면서 말을 흐렸다. 그리고 이어 “미국 국방부에서 정중한 양해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미국의 카운터파트격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5일 오후 만났다. 면담시간은 1시간 남짓, 통역을 감안하면 실제 대화는 30∼40분 정도다. 김 실장은 14일 일요일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북한 핵문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국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참여 여부 등 현안이 산적했지만 일요일 하루 동안에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김 실장은 워싱턴DC에서 “상견례인 만큼 발표할 내용이 없다”며 특파원들과의 간담회를 꺼렸다.
요즘 미국 정부는 IS 군사적 대응에 신경을 쏟고 있다. 상견례가 목적이라면 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날 최적의 날짜를 선택했어야 했다. 미국 정부 인사들에게 한국의 국가안보실장 직책이 한가한 자리로 느껴지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교 워싱턴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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