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년 超확장 예산…경제 살려 재정건전성 지켜내야

정부가 18일 올해보다 5.7%(20조2000억 원) 늘어난 376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증가폭이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로, 본예산에 사실상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된 초(超)확장 예산이다. 집중 지원 부문은 경제활성화, 안전, 서민생활 안정 등이다. 특히 복지관련 예산은 115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8.5%나 급증했다. 전체 예산 대비 30.7%로, 사상 처음 30%를 넘어선 것이다.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정부가 초강수 확장예산을 짠 이유는 현 경제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실제로 얼마전 정부가 올 경제성장률을 4.1%에서 3.7%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추가 하향 조정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국책·민간 경제연구소들도 또 하향할 움직임이다.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은 십분 이해한다. 문제는 확장예산 편성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재정건전성 척도인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33조6000억 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1%다. 정부가 지난해 잡은 -1.0%에 비춰 크게 악화한 수치다. 국가채무도 GDP의 35.7%(570조1000억 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확장재정으로 일시적 재정건전성 훼손은 불가피하며 경제가 회복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재정도 필요하다면 써야 한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은 국가 경제의 ‘최후 보루’로 얼렁뚱땅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처럼 ‘소규모 경제’ 국가는 나랏빚이 급작스레 늘면 국가부도 등과 같은 치명타도 입을 수 있다.

‘확장재정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조속히 경제를 살려야 한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의 핵심인 규제 개혁과 서비스업 활성화 정책에 매진해야 한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으로 규제 개혁이 더 더뎌지고 있는 만큼 국회 탓만 하지 말고 정부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여야도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혈세(血稅)로 짜인 나라살림에 비효율적이거나 왜곡된 부문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특히 복지 수요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만큼 퍼주기식 포퓰리즘 복지 항목은 깐깐하게 걸러내야 한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촘촘한 장·단기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