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예측한 81세 前장관 이번엔 ‘北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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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익(81·사진) 전 정무장관이 장편소설 ‘어느 날 갑자기’(중앙북스)를 펴냈다. 휴전선에 배치된 부대의 지휘관이 남한에서 송출하는 대북방송을 듣고 동요해 철책을 넘어 귀순하는 가상의 상황을 담았다. 앞서 그는 북한 군 수뇌부가 내부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키는 내용의 ‘이상한 전쟁’(2012)과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내부 개혁을 추진하다가 실각하는 이야기를 담은 ‘서른 살 공화국’(2013)을 냈다. 특히 장성택 숙청 5개월 전 출간된 ‘서른 살 공화국’은 북한 내부의 권력 암투를 정확히 예측해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군 수뇌부의 힘,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북한에서 누군가 개혁을 추진하다가 숙청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우연히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소설에 대해 “휴전선 부근에서 몰래 대북방송을 듣는 지휘관이 귀순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에서 울려 퍼지는 라디오 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단장 성경호는 매일 서재에 숨겨둔 라디오로 대북방송을 들으며 김정은의 사치품 수입, 장성택의 숙청 등에 대한 뉴스를 듣는다. 또 주변에서 선전과 사상 사업 때문에 굶주리고 있는 주민과 부대원들의 실상을 지켜보며 체제에 대한 불만이 점차 쌓이게 돼 부하들과 함께 비무장지대를 건넌다.

김 전 장관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현재 4개의 민간 대북방송이 운영되고 있다”며 “이들이 가져올 하나의 결실을 상상해보고, 소설을 통해 북한의 사상 통제, 총체적 경제난 등에 대해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까지 다섯 권의 장편을 펴낸 김 전 장관은 그중 세 권을 북한 관련 소재를 썼다. 기자시절 당시 남북적십자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경험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조선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중앙일보에서 정치부장·편집국장·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30년 가까이 신문사에 몸담았던 언론계 원로다. 그는 “한민족이라고는 하지만 북한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북한 내부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현 북한 체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북한의 붕괴를 가까운 시일 안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유연성 없이 강하기만 하면 부러진다는 게 진리”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하는 소리는 갑자기 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맣게 여러 번 연속될 수 있다”며 “소설과 같은 상황은 북한체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작은 균열들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