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추행 사단장·재판관… ‘막가는 17사단’

인천 지역 17사단 지휘관들이 잇단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부대 역사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지난 9일 현직 사단장으로는 처음으로 부하 여군 부사관(하사) 성추행 혐의로 긴급 체포된 송모 소장은 한술 더떠 상습 성추행 피의자였던 이모 중령을 재판관(군 심판장)으로 임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상습 성추행 전력의 이 중령은 이후 6개월 동안 성범죄 재판 3건을 맡아 대한민국 군사법원에서 진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군사법원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홍일표(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송 사단장이 올해 1월 재판관으로 임명한 이 중령은 지난 2010년 심모 중위 사망사건 관련 성추행 등 가혹행위로 형사입건된 피의자(당시 소령)였다. 이 중령은 2010년 내부 고발에 의해 27사단 감찰부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감찰부는 2010년 7월 감찰을 통해 심 중위를 비롯한 여군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을 확인, 성군기 위반 등에 대해 대대장 징계회부를 건의했다. 하지만 27사단장은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구두경고 조치에 그쳤고, 이는 화를 키운 배경이 됐다.

심 중위 유족들의 항의로 4년 뒤인 2014년 1월 22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심 중위 사망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순직 권고를 내렸으며, 이 중령은 순직 권고 하루 전인 1월 21일 송 사단장에 의해 재판장으로 임명됐다. 홍 의원에 따르면 이 중령은 올해 1월 21일부터 6월 3일까지 17사단 재판장을 맡아 10명의 피의자를 재판했다. 그러나 이 중령은 올해 5월 28일에도 17사단 여군으로부터 또다시 다른 성추행 신고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송 사단장은 8월과 9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여군 부사관(하사)을 다섯 차례에 걸쳐 껴안거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강제 추행했다. 송 사단장은 처음에는 성폭력 피해 여군 하사를 위로하고 격려하겠다며 집무실로 불러놓고 오히려 성추행했다. 피해 여군 하사는 6월쯤 17사단의 예하 부대에서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가 사단사령부로 옮긴 뒤였다. 가해자인 상사는 구속돼 6개월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송 사단장이 구속된 데는 피해 여군의 녹취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피해 여군은 송 사단장과 성추행 관련 대화를 나누며 범행 사실을 확인한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취했고, 육군 중앙수사단에 증거자료로 제출함으로써 범행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홍 의원은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성추행, 직권남용, 가혹행위를 저질러 감찰까지 받은 사건의 당사자를 재판장으로 임명한 것은 심판관 선정 기준이나 임명 절차가 아무 원칙도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군의 심판관 임명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