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부품 수출, 군용기 정비, 무인기 제작까지… ‘하늘 산업’ 만능 재주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부산에서 열린 ‘군용기 창정비 4000대 출고 기념식’모습. 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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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개발에 착수한 수직이착륙(VTOL)형 무인기.

군용 항공기 창정비를 비롯해 국내 최초 완제품 항공기 제작, 대형 항공기 제작 참여, 무인기 등 첨단 항공기 기술 개발 등은 대한항공이 전 세계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항공기 운항 노선 외에 한국 항공산업에 남긴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테크센터에서 항공우주사업본부 관계자를 비롯, 한국 육·해·공군 및 미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군용기 창정비 4000대 출고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창정비는 항공기를 정비 격납고에 입고시켜 각종 시스템의 사전 점검, 완전 분해 후 기체 주요 부위의 상태 검사,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발견된 결함의 수리·보강 및 성능개선작업으로 이뤄진다. 작업 완료 후 각 계통의 작동 점검 및 시험 비행 등을 통해 완벽하게 새 항공기 수준의 상태로 유지하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75년 ‘군용 항공기 정비, 조립, 생산 군수업체’로 지정받은 후 1978년 한국군 C-123 수송기 창정비 사업을 시작해 같은 해 1호기를 출고한 바 있다.

또 대한항공은 제작에만 중점을 두었던 항공부품 수출 사업을 점차 설계분야로 넓혀가면서 1989년 우리나라 항공산업 최초로 항공기 부품을 설계까지 수행, 맥도널더글러스사 기종인 MD-11의 날개에 조립되는 스포일러를 제작했다. 1994년에는 고난도의 설계·제작 기술이 요구되는 MD-95 항공기의 곡면 기수동체부분 제작도 성공했다. 이후 각종 민간 항공기 국제공동개발사업에 활발히 참여해 날개, 동체 등 항공기 주요 구조물을 성공적으로 개발·제작함으로써 고도의 설계개발, 제작, 조립기술 및 각종 시험능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보잉사와 차세대 항공기 B737 MAX의 윙렛(Winglet) 공급 계약식을 맺고,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1200여 대 이상의 분량을 납품할 예정이다. B737 MAX 윙렛은 높이 3m가량의 두 갈래로 나뉜 날개 끝단 장치로, 날개의 길이를 증가시키고 항력을 감소시켜 연료 효율을 1.5%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대한항공은 2012년부터 에어버스사의 A320 시리즈 항공기 날개부품인 샤크렛(Sharklet)을 납품해 지난 2월 22개월 만에 1000개의 샤크렛을 납품하는 성과를 이뤘다. 샤크렛은 A320 항공기 날개 끝에 부착하는 ‘L’자형 구조물로 항공기의 공기 저항을 감소시켜 연료 효율을 높이는 부품이다. 대한항공은 샤크렛 설계, 개발, 제작, 시험 및 인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

대한항공은 무인항공기 기술축적과 핵심역량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4년 근거리 지상 감시 정찰용 무인항공기 국내 독자개발을 목표로 근접감시무인기 개발에 착수해 다목적 지상 감시용 무인기 KUS-7(2007년) 및 전술용 무인항공기로도 전환이 가능한 KUS-9(2009년) 개발에 성공했다.

또 2008년에 수주한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탐색개발을 완료해 체계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0년 말 수주한 사단급 무인기 체계개발사업은 내년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미래 무인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저피탐 무인전투기 비행시험기 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산악 전장 환경에서 운용 편의성과 임무수행성을 대폭 향상 시킨 수직이착륙(VTOL)형 무인항공기 개발을 추진하는 등 무인기 개발역량을 보다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보잉사와 500MD 헬기 무인화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양해각서는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 기술로 500MD 헬기를 무인기로 개조하는 데 있어 대한항공이 보잉사로부터 비행 조종과 관련한 핵심 기술을 이전 받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대한항공의 500MD 무인기 제작 기술과 보잉사의 무인 헬기 노하우 접목으로 국내 최초로 유인헬기 무인화 기술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의 이런 항공기 기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500MD 헬기와 F-5F 전투기(제공호), UH-60 중형헬기 등의 완제기를 국내 최초로 면허생산하기 시작해 다목적 경항공기인 ‘창공 91’ 개발 성공 등을 거치며 기술을 축적해 온 결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반인들에게 항공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만 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1970년대에 이미 국내 최초로 항공기 제조 산업에 진출했다”며 “민항기용 항공기 부품 개발에서부터 무인기 및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개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주역”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