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부상’ 김모씨 “평소 무질서 비난했는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아무 생각 없이…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전국 곳곳에 설치된 환풍구의 안전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한 시민이 인도에 설치된 환풍구 위를 걸어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평소 ‘안전불감증’을 얘기하곤 했는데, 이렇게 당하고 나니 제 스스로 부끄러워집니다. 나도 모르게 환풍구에 올라간 제 행동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부상한 40대 직장인이 ‘뒤늦은 후회’로 우리 사회 안전의식 부재의 현주소와 경각심을 일깨우며 공감을 사고 있다.

이날 공연이 열린 야외광장에서 약 5분 거리의 분당구 판교동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해 있는 정보기술(IT) 중소기업 직장인 김모(45) 씨는 홀가분한 금요일 퇴근 시간 무렵 별다른 약속도 없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테크노밸리 광장을 찾았다. 김 씨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래도 평소 좋아하는 걸그룹인 ‘포미닛’ 5인조 공연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즐거워하며 양손에 커피와 간단한 간식거리도 준비해갔다. 그러나 공연 시작 1시간 전인데도 불구하고 광장의 좌석은 물론 공연장 주변까지 일찌감치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무대 앞쪽에서는 본격적인 행사 전인데도 경쾌한 음악이 울려퍼지며 곧 펼쳐질 화려한 무대에의 기대감을 한껏 키우고 있었다.

여기저기 구경할 만한 곳을 찾던 김 씨는 무대보다 높은 탓에 무대가 잘 보일 것 같은 우측의 환풍구를 발견했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환풍구에 올라가 있었고 무대 정면에서 약간 측면이긴 했지만 그런대로 무대가 잘 보여 좋았다. 급기야 김 씨는 공연을 좀더 잘 보려는 마음에 별다른 생각 없이 환풍구 위로 올라섰고 이곳이 송풍구인지, 무슨 시설인지는 별 관심도 없었고 생각도 못했다.

좋아하는 포미닛의 공연을 한창 즐기던 때였다.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기억나지 않지만 덮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지면서 비명과 함께 순간적으로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다른 부상자들의 “살려달라”는 비명과 함께 떨어진 현장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는 “올라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사고를 당하고 나니 참으로 후회가 된다”면서 “평소에는 무질서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난하고, 이래서 한국이 문제라며‘안전불감증’을 말하곤 했었는데 제가 그렇게 행동한 걸 깨닫고는 너무 한심하고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후회했다. 김 씨는 이번 사고로 흉부 골절상을 입고 성남 소재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다. 그는 또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도 아닌데 공연을 보려는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럽기까지 하다. 사람이란 꼭 이렇게 당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 같다”며 “이번 사고를 통해 모두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성남 = 송동근 기자 sd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