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패러디 ‘해준대’ 감독 이번엔 고준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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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영화를 시작하며 레드카펫에 서고, 칸국제영화제에 가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전문대를 졸업한 후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에로 영화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30대 초반이 돼 상업 영화 연출의 꿈을 이룬 박범수(위 사진) 감독의 말이다. 박 감독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만든 영화 ‘레드카펫’(15세 이상 관람가·아래)이 23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에로 영화 감독으로 일하며 언젠가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는 정우(윤계상)의 고군분투기를 바탕으로 정우와 아역배우 출신으로 오디션을 통해 톱스타가 되는 은수(고준희)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예측가능한 이야기지만 에로 영화 제작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큰 웃음을 안겨주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키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조감독 진환 역의 오정세는 특유의 코믹 연기로 폭소를 자아낸다. 또 300편 가까운 에로 영화를 연출한 박 감독이 실제로 만든 ‘해준대’, ‘아이덴찌찌’, ‘나도 아내가 입었으면 좋겠다’ 등 기존 영화를 패러디한 제목들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박 감독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와 주변 인물들을 영화에 녹여내 사실감을 높였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로 영화 현장에서 일하며 직접 겪은 일들 중 공감이 가는 부분을 가져왔다”며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정상에 올라가고픈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에로 영화 전성기 때는 매주 한 편씩 영화를 찍고, 곧바로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며 “친구가 운영하는 헬스장이 쉰다고 하면 바로 헬스장을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소개했다.

이 영화에서 정우의 부모는 영화를 한다고만 밝히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아들에게 방송사 입사를 권유한다. 그때마다 정우는 “난 영화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근데 네 영화는 왜 극장에서 볼 수가 없냐”고 묻는 어머니의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 그러던 정우가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시나리오로 상업 영화를 만들고, ‘태종대 영화제’라는 마을 축제에 초청돼 무대에 올라가 “저를 믿고 지켜봐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인다.

박 감독은 그동안 아버지, 어머니에게 미안했던 마음과 전하고 싶었던 말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VIP시사회 때 아버지께서 오셨는데 처음에는 어두워서 못 찾다가 배우들이 인사할 때 객석에 앉아 계신 아버지를 발견했다”며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을 뻔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앞으로 휴먼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실 에로 영화계의 현실에 대해 더 할 얘기가 많지만 이제는 그만 하려 한다”며 “‘국가대표’나 ‘반칙왕’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 두 편의 시나리오를 이미 써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영화가 잘 돼야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을 텐데…”라고 말을 흐리며 웃음을 보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