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도 일부 책임” vs “주최측 안전소홀 문제”… 달라진 여론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유가족 보상 방안이 사고 발생 57시간 만에 전격 합의되면서 장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회적 논란을 빚게 했던 과거 대형 참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 가운데, 국가 안전 시스템과 정부 늑장 대응만을 비난했던 네티즌들도 성숙하지 못한 시민들의 안전 의식을 사고원인 중 하나로 지적하는 등 균형감을 갖춘 의견을 제시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방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의견을 내놓아 합리적인 토론까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여론형성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고를 키웠다’며 사고 희생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21일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사고 관련 기사에 네티즌 pink****는 “환풍기 설계나 안전관리자 책임도 분명 있지만 사상자들의 과실이 더 크다”면서 “단지 다수의 희생자가 생겼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 jtrs****도 “환풍구가 설치된 목적은 환기를 위한 것이지 공연 관람이 아니다”면서 “올라가지 말아야 할 곳에 올라간 사고 당사자들의 책임도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사고를 희생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경계하며 공연 주최 측의 점검 소홀과 안전요원 미배치 등을 문제의 핵심이라고 꼽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네티즌 yhn****은 “환풍구에 많은 사람이 올라가 있는데도 통제하지 않은 행사 관계자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린 행사에 안전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공개 아이디로 글을 올린 또 다른 네티즌은 “환풍구에 올라가는 게 위험하다는 경고문구라도 써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시민들이 안전 불감증이 있다면 적어도 주최 측이나 전문가 집단에서 이를 통제해야 하는 게 맞다”고 적었다.

설동훈(사회학) 전북대 교수는 “이번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일방적인 비판이 아닌 합리적인 토론에 가깝다”면서 “세월호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올해 대형 안전사고를 수차례 겪으면서 사고의 책임을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는 문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성남 =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