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지금>중국인 의심 많은 이유 ‘中서 살아보면 이해간다’

‘중국 사람은 참 의심이 많아!’ 중국 친구를 사귀어본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했을 생각이다.

한 3년 살아보니 그 이유를 알 듯싶다. 한마디로 중국 좀도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칼보다 등 뒤의 화살이 더 무섭다”는 중국 속담이 있듯, 칼 든 강도야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이웃의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그러나 좀도둑은 대응이 쉽지 않은 게 특징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 했다.

중국에서 좀도둑을 ‘샤오터우’(小偸)라고 부른다. 작다는 의미의 샤오(小)는 흔히 자신보다 연배가 아래인 사람을 친근히 부르거나 또는 하찮은 직책 등의 의미가 있다. 일례로 손아래 저우(周) 씨에게 ‘샤오저우’라고 한다. 과거 식당 종업원을 ‘샤오얼’(小爾)이라고 불렀다. 샤오터우의 샤오는 사람보다는 훔치는 물건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중국에서 샤오터우는 큰 것을 노리지 않는다. 지갑을 통째로 훔치기보다 10만 원이 있는 지갑에서 1만 원을 슬쩍 빼가는 식이다. 주의하지 않으면 당하고도 모르기 일쑤다.

실제 최근 베이징(北京) 한인촌인 왕징(望京)에 사는 친구가 샤오터우를 만났다. 청소해 달라고 부른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면서 책상 위 지갑에서 일부 돈을 가져간 것이다. 마침 물건 값을 지불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찾아 놓은 상태여서 친구는 지갑 속의 돈 액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혼자 사는 친구 집에 온 사람은 청소하는 아주머니 한 명뿐이었다.

누가 봐도 상황은 명확하지만 친구가 당해보니 문제 해결이 그리 쉽지 않았다. 일단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을 했다. 친구는 경찰에 신고를 할까 했지만 지갑에 얼마가 있었는지 증명할 길이 없었다. 알아본 신고 절차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친구는 ‘에이 큰돈도 아닌데…’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중국 친구에게 하니 중국인도 어쩔 수 없어 그냥 조심할 뿐이라고 했다. 중국 친구의 조언은 낯선 이를 의심하고 조심하고 물건을 잃고 나면 그냥 잊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좀도둑 대응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 답이라는 것이다.

의심 많은 중국인들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참 중국에서 또 한 수 배웠다 싶다.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