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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24일(金)
죽음을 알게될수록 삶은 절실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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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 수업 /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의 킨 대학교에는 3년을 기다려야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 응급실, 중환자실, 정신병동에서 20년간 근무하고 킨 대학교로 옮겨 죽음에 대해 강의하는 노마 보위 교수의 ‘긴 안목으로 보는 죽음’이 바로 그 수업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웰빙(well-being)’을 넘어 ‘웰다잉(well-dying)’을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웰다잉을 훨씬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던 노마 교수를 관찰한 저자는 ‘죽음학 수업’에서 학문이 아닌 생활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느끼라고 설파한다.

한국계인 조승희라는 졸업반 학생의 만행으로 밝혀져 한국 역시 큰 충격에 빠뜨렸던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조승희는 32명을 죽이고 20여 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자살했다) 발생 당시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며 노마 교수를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노마 교수를 통해 알게 된 소설 같은 실화를 들려준다.

케이틀린이란 여성이 있다. 반복되는 엄마의 자살 시도로 강박증에 걸린 그는 엄마 대신 동생을 죽을 때까지 돌보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동생 역시 자살을 택한 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삶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조나단이라는 남성도 있다. 재혼한 엄마의 새 남자친구에게 매맞던 조나단은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 슬하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거실에서 한 여성을 칼로 찔러 무참히 살해한다. 그 여성은 엄마였다. 언론은 아빠를 정신이상자로 몰았으나 조나단은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2년 후 조나단은 아버지가 같은 모습을 한 채 서 있는 동생 조시를 발견한다. 그런데 케이틀린과 조나단은 연인이다. 케이틀린은 조시의 정신분열증을 염려했지만 조나단은 화만 냈다. 하지만 조시는 조나단을 칼로 찔렀고, 조나단은 케이틀린의 인생을 위해 이별을 통보한다. 이 끔찍한 이야기 속에는 가족, 연인, 사랑이라는 희망과 자살, 이혼, 살인이라는 절망이 공존한다. 바로 그 속에서 저자는 죽음을 깨닫고 그 틈바구니에서 피어난 삶을 깨우치라 말한다.

노마 교수는 학생들에게 죽음을 가르치기 위해 유서를 쓰게 하고 공동묘지, 시체 안치소, 장례식장에 데려가고 수용소에서 살인자들과 대화를 나누게 한다. 이 수업의 첫 과제는 ‘세상을 떠난 누군가에게 작별 편지를 쓰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죽음학 수업’은 마치 강의를 듣듯 챕터 별로 구성돼 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노마 교수가 실제로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가 독자에게도 주어진다. 그걸 따라가며 ‘죽음학 수업’을 읽는다면 더욱 쉽게 죽음을 이해해갈 수 있을 것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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