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인텔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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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엽 / 체육부장

일본은 지난주 프로야구 구단에 지명된 한 대학야구 선수로 떠들썩했다. 우리나라에도 대학야구 출신 프로선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나카 에이스케라는 이 선수는 8명의 과학분야 수상자를 배출해 아시아 노벨상의 산실이라 불리는 일본 교토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수재다. 그가 전공한 학과에서 2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치열한 일본의 입시경쟁을 뚫고 입학한 수재 중의 수재로 볼 수 있겠다. 말하자면 우리처럼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을 들어간 학생이 아닌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지바롯데 마린스에 지명된 이 선수의 구단 환영행사에는 현지 언론뿐 아니라 전국의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와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였다. 일본에서 야구선수가 프로구단에 지명되기란 교토대 화학과를 들어가기보다 절대 쉽지 않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잇달아 통과한 셈이다. 일본 언론들은 스스로 ‘과열 취재’라고 할 만큼 호들갑을 떨었다. 일본에서 ‘초(超) 인텔리 선수’로 부르는 이런 선수가 처음은 아니다. 명문 도쿄대도 고바야시 이타 투수 등 5명의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하지만 일본도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사이트인 ‘베이스볼 알마낙’에 보면, 명문대 출신 역대 선수는 수두룩하고 현역만 해도 여럿 된다. 양키스를 거쳐 지금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투수로 뛰는 로스 올렌도프는 프린스턴대에서 경영관리와 금융공학을 전공했고, 메이저리그의 드래프트를 투자 관점에서 프로그래밍한 졸업논문을 내고 최상위 성적으로 졸업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크레이그 브레슬로는 예일대에서 분자생물학과 생화학을 전공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에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똑똑한 선수’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17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며 통산 270승을 기록한 뒤 양키스에서 몇 년 전 은퇴한 마이크 무시나는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프로야구를 진로로 선택한 데 대해, 공부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지만 야구는 젊어서밖에 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회자한다.

우리의 경우 이런 선수가 나오기란 참 난망하다. 1972년 도입된 체육특기자제도로 상징되는 엘리트 체육정책은 극소수 엘리트 선수를 키워내 국위 선양에는 이바지했으나, 운동만 해온 대다수 선수를 오갈 데 없이 만들어놓았다. 엘리트 체육을 극복하는 과제는 한마디로 공부와 운동을 어떻게 병행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근래 개선책이 나왔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되레 선수의 학부모들이 운동만 하도록 해달라는 하소연을 해댄다.

학교 스포츠를 청소년 모두의 건강과 인성 개발, 여가 선용이라는 장래 국민 행복 차원의 필수 요소로 돌려놓는 정책 결단이 없는 한 변화는 요원하다. 이런 정책조차도 청소년들이 명문대 입학에 목을 걸어야 하는 교육·사회·경제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엘리트 체육의 극복은 단순히 체육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