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위장수출’ 3조2000억원

가전 벤처기업인 모뉴엘의 위장수출 규모가 3조2000억 원대, 해외로 빼돌린 재산만 44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외환당국 조사결과 밝혀졌다.

외환당국은 신흥 벤처·유망기업 중 특별한 이유없이 매출이 급신장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2의 모뉴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1일 모뉴엘 금융사기 범죄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박홍석 모뉴엘 그룹 회장과 임원 2명을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자금팀장 등 13명을 불구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3조2000억 원 상당의 홈시어터 PC 케이스(가정용 영상·음향 재생장치, HTPC) 120만 대를 3330차례에 걸쳐 정상제품인 것처럼 속여 허위 수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 등은 1대당 8000원∼2만 원인 PC케이스를 120배인 2350달러(250만 원 상당)로 올려 허위수출하고 은행에 허위수출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하다가 대출만기일이 오면 다시 위장 수출입을 반복해 대출을 갚는 수법을 썼다. 홍콩에 자리한 위장 조립공장은 은행 및 회계사무소의 실사에 대비해 조립라인을 가동하는 것처럼 연출했고, 상업성이 없는 HTPC 4만여 대를 포장해 눈을 속였다. 국내 하청 조립공장에도 전시용 제품을 실제 거래제품으로 바꿔 전시했다.

박 회장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계좌에 위장수출로 국내 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을 송금한 후 446억 원을 빼돌려 브로커 로비자금, 자금세탁 후 국내반입, 미 캘리포니아 가족용 주택 및 제주 별장구입, 카지노 도박자금, 중국공장 인수, 주식·커피숍 투자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에 범죄가 발각되지 않았을 경우 내년 금융권 피해액이 1조2000억 원대에 달했을 것”이라며 “유사범죄 적발을 위해 다른 기업들의 수출입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수출입가격 조작 여부 등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