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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게재 일자 : 2014년 11월 05일(水)
국제유가 ‘날개없는 추락’ 하는데… 사우디, 減産 대신 가격 인하 숨은 의도 있다
미국내 점유율 유지 속셈 ‘셰일유’와 가격경쟁 자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과 글로벌 저성장의 여파로 연일 하락하는 국제 유가에도 불구하고,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감산’ 대신 ‘가격 인하’란 카드를 던지면서 전 세계가 사우디의 파격적인 행보 뒤에 숨은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날개 없는 추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유가로 인해 국제정치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공급(감산)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우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동안 유가 하락을 수수방관하는 듯했던 사우디의 국영에너지회사 아람코는 지난 3일, 오히려 12월 미국 인도분 가격(OSP)을 전월보다 45센트 내린 1.60달러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단 아시아와 유럽 수출가는 인상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미 서부텍사스유(WTI)는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전날 78.78달러에서 1.59달러(2.02%)나 떨어진 77.19달러로 마감했다. 2011년 10월 4일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저가이다.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전달보다 2.01달러(2.37%)나 떨어진 82.77달러를 기록해 2010년 10월 이후 4년 내 최저가를 나타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81.6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39달러 떨어져 올해 최저가를 기록했다.

사우디는 무엇 때문에 감산 대신 대미수출가 인하를 택했을까.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미국 내 시장점유율 유지’이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 에너지소비량 중 사우디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8월 7%에서 올해 8월 4.6%로 줄었다. 셰일가스 혁명 덕분에 사우디산 원유의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유지해 영향력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우디로서는 가격을 낮추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 비해 사우디 원유를 필요로 하는 아시아와 유럽에 대해서는, 수요가 있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가를 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마켓워치 등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가 자국산보다 생산가가 높은 미국산 타이트오일(셰일가스가 매장된 셰일층에 굳어진 채 지하 퇴적암층에 존재하는 원유·셰일유)과의 가격경쟁에 불을 붙였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사우디의 유가인하 뒤에는 복잡한 국제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분석도 많다. 석유 국제정치학 분야의 전문가인 앙드레 칼라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동맹국인 이집트를 저유가로 지원함으로써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견제해 중동지역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전략인 셈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너지·기후 담당 이사인 데보라 고든이 최근 로이터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미국과의) 동맹을 소원하게 하지 않으면서 경쟁자와 적을 함께 견제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무엇보다 러시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치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신용등급이 향후 몇 년간 하락(downgrade)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도 휘청거릴 수 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6일 원유 생산 및 가격 추이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유가 정책을 둘러싸고 내분을 겪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가 향후 어떤 노선을 취할지가 관심사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세가 내년 상반기쯤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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