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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경일 기자의 길에서 만난 세상 게재 일자 : 2014년 11월 05일(水)
고등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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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상에 흔히 올라와 귀한 줄 몰라서 그렇지, 이즈음에 한 해 중 최고의 맛을 내는 게 바로 고등어입니다. 고등어의 제철은 바닷물의 수온이 내려가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때 잡은 싱싱한 고등어에 슬쩍 칼집을 내 소금을 뿌린 뒤에 석쇠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내면 그 단단한 육질과 기름진 촉촉한 맛에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제부턴가 가을 생선의 대표 행세를 하고 있는 ‘가을 전어’는 ‘가을 고등어’ 맛을 따라오려면 어림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게 관광지 포구 근처에는 생선구이집을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강원 속초항 부근과 부산 자갈치시장에 제법 유명한 생선구이 식당이 있긴 합니다만, 다른 바닷가에는 죄다 횟집들뿐입니다. 그건 소비자들이 ‘구이용 생선의 원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어림잡지 못하는 횟감 생선으로 생선회를 떠내면 달라는 대로 돈을 내지만, 고등어 구이를 내면서 생선회를 내놓을 때와 같은 이윤을 붙이면 손님들이 ‘마트에서 한 마리에 얼마짜리’ 운운하며 항의를 할 게 뻔합니다.

갓 잡은 큼지막한 고등어는 저렴한 횟감 생선에 비해 절대 가격이 헐하지 않습니다. 전남 여수의 서시장에서 펄펄 뛰는 숭어 한 마리가, 합쳐서 그만 한 크기가 되는 고등어 두 마리보다 훨씬 싸게 팔리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이문이 박한 생선구이집 대신 횟집을 내는 것이지요. 바닷가에서 갓 잡아올린 제철 고등어 구이를 쉽게 맛볼 수 없는 건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고등어 얘기를 시작한 김에 한 가지 더. 고등어라고 다 같은 고등어는 아닙니다. 이태 전 부산공동어시장 취재 중 경매 현장에서 알게 된 일인데 우리 연안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어민들이 ‘참고등어’라고도 부르는, 우리가 흔히 보던 그 고등어입니다. 등에 흐릿한 줄무늬가 있고 배 부분이 흰색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망치고등어라고 하기도 하고 기름고등어라고도 부르는 것입니다. 생김새는 참고등어와 거의 비슷하지만 배 부분에 잔 점이 박혀있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참고등어는 육질이 탄탄하고 기름진데, 좀 더 따뜻한 바다에서 잡히는 망치고등어는 퍽퍽하고 배 부분의 살이 흐물거립니다. 그다지 맛의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긴 합니다만 이 두 종류의 고등어는 경매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에 팔립니다. 망치고등어 값은 참고등어 값의 60%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크지만 어찌된 게 소비자들에게는 둘 다 똑같은 고등어로 팔립니다. 기름 자르르 흐르는 ‘가을 고등어’ 맛에 동의하지 못하시겠다면, 그동안 혹시 망치고등어를 드셨던 건 아닌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parking@munhwa.com
e-mail 박경일 기자 / 문화부 / 부장 박경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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