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 없는 아이들에게 집을>온정 밀물… ‘변기 없던 판잣집 예슬이’ 새집 얻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김예슬(가명·오른쪽) 양과 동생 경수(가운데), 예슬이 엄마(왼쪽)가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전북 익산 금강동에 마련된 새 보금자리에 들어서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전북 익산시 금강동 김예슬(가명) 양이 세 살배기 동생 경수(가명) 군과 금방 무너질 듯한 판잣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곽성호 기자

무너져가는 판잣집에 살던 전북 익산의 주거빈곤 아동 김예슬(가명·12) 양이 문화일보 보도(8월 20일자 1·11면 참조) 이후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예슬이는 동생 경수(가명·4)의 손을 꼭 붙잡고 익산시 금강동에 마련된 새 집에 들어서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예슬이의 새 보금자리는 거실과 방 3개, 화장실 2개 등으로 구성돼 예슬이 6남매와 부모님이 살기에 넓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거 지붕이 내려앉은 10평 남짓한 판잣집에서 다리조차 제대로 뻗지 못한 채 지내왔던 예슬이에게는 충분히 아늑한 집이었다. 햇빛 한 점 들지 않았던 판잣집에 비해 커다란 창문 사이로 밝은 햇살이 내리비쳤다. 예슬이는 “무엇보다 정말 깨끗한 화장실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며 “이제 비가 와도 (재래식) 화장실에서 배설물이 넘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배시시 웃었다.

예슬이의 원래 집은 지붕이 내려앉아 허리를 숙이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던 35년 된 판잣집이었다. 여름마다 창궐하는 곰팡이와 벌레로 인해 혜진이와 어린 동생들이 늘 피부병에 시달렸다. 벽에는 사철 곰팡이가 잔뜩 슬어 있었고, 밤마다 바퀴벌레와 집게벌레가 예슬이와 동생들의 몸을 기어 다니는 통에 각종 피부질환을 겪어야 했다. 겨울이면 난로에 물을 데워 샤워해야 하고, 한겨울에는 재래식 화장실의 배설물이 얼어버려 퍼내지도 못한 채 악취가 진동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월세 5만 원을 내고 살던 처지라, 예슬이에게 새 집이 생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예슬이에 대한 문화일보 보도 이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익산시청이 후원자를 모집했고 대한지적공사 노동조합, 익산시 여성단체협의회, 전국고물상연합회 광주·전라도지회 등 지역사회단체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금강동 일대에 30평가량의 자투리 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이리동로터리클럽에서 약 5000만 원의 건물 신축비용을 후원하면서 지난 10월 8일 착공해 36일 만에 완공됐다.

예슬이는 “이제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할 수 있고 비바람이 불어도 지붕이 무너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했다.

익산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