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왈라번 교수는… 유럽한국학회 결성해 회장 두차례… 韓 관련 논문 80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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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의 보데인 왈라번(67) 석좌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네덜란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며 유럽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학의 틀을 닦은 대표적인 한국학자다.

왈라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네덜란드에서 자라고 네덜란드 대학에서 활동한 네덜란드 토박이이며 유창한 한국어를 자랑하고 온돌문화와 한국 음식을 즐기는 친한파 학자다. 외교부 출신으로 유엔에서 일했던 아버지처럼 외교 관련 일을 꿈꿨던 그는 네덜란드 레이던대 일본학과 재학 당시 유럽 한국학 1세대 학자인 프리츠 포스(Frits Vos) 교수를 만나 한국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한국어 문법 공부를 시작으로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무당·무가 등 한국 무속신앙을 연구한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3년부터 1975년까지 서울대에서 공부할 때 전국을 다니며 무속신앙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네덜란드로 돌아가 레이던대에서 한국학 강의를 하며 한국학 연구자의 입지를 다졌다. 그는 “무속 신앙 공부가 재밌고 한국이 좋아서 계속 머무르고 싶었는데, 네덜란드에서 한국학 강의를 할 기회가 주어져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초기에는 한국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한국학과가 왜 존속돼야 하는지 레이던대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생활을 하면서 조선에 표류했던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왈라번 교수는 1970년대 후반 유럽한국학회 결성을 주도하고 1995년과 2007년에는 회장직을 두 차례 역임하기도 했다. 10여 권에 이르는 단행본과 80여 편에 달하는 논문을 통해 유럽에 한국학을 알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홍길동전, 배비장전, 변강쇠전과 같은 고전을 네덜란드어로 번역 출판했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가 레이던대 퇴임 후 2012년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오면서 다시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영문잡지 성균저널의 편집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